본문 바로가기
樂山樂水/강원도

이제야 雪嶽의 의미를 알았네!(03.2.15)

by 박카쓰 2008. 7. 13.

이제야 雪嶽의 의미를 알았네!(03.2.15)

 

  이번 겨울이 들어서는 눈이 자주 내렸다. 늦가을 충북 SETA 대둔산 산행에 첫눈을 맞이한 후 천태산, 충남의 가야산 등 갈 때마다 運이 좋아 눈을 만났다. 정작 방학동안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작년처럼 겨울산행을 못해 왔는데 겨울이 다 가기 전 흰 눈이 덮여있는 雪山이 보고싶어 초등학교 친구 중 긴 산행에도 낙오하지 않을 만한 두 친구와 함께 메아리산악회를 따라 설악산 눈꽃 산행을 떠났다.


  종합운동장에서 토요일 밤 10시에 버스로 출발하여 한계령을 넘어 오색약수에 도착하니 새벽 2시! 밖을 나가보니 정월 대보름달과 별들이 중천에 총총히 떠있다. 야! 오늘 새벽 대청봉에서 동해에서 떠오르는 日出을 볼 수 있겠구나. 

  아침식사로 산악회에서 제공한 씨래기국에 밥 말아먹고 보름달을 보면서 가파른 고갯길을 몇 차례 넘으며 대청봉으로 오른다(03:00). 근래 들어 날이 푹한 탓인지 눈이 많이 녹아있었고 저쪽 편의 산등성의 하얀 눈이 달빛에 반사되어 흰 빛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허연 하늘색을 띠고 있었다. 함께 한 친구가 다소 힘이 부쳐하기도 하지만 대청봉에서 일출을 볼 생각으로 산행속도를 일출시간에 맞추어 다소 속도를 늦추어가며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모두들 힘이 드는 지 말없이 조용히 산에 오른다. 저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으론 다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오를까?
 

  대청봉에 올라보니(06:20) 저 멀리 동해안 해변 가의 불빛이 보이며 아직 일출을 보기에는 너무 이르다. 중청봉 대피소에서 컵 라면으로 움츠러진 배를 채우며 마냥 기다릴 수 없어 하산을 서두른다(07:00). 중청봉을 지나 소청봉에 다다를 즈음 저 아래 펼쳐지는 능선들!
 용아장성은 어디메고 공룡능선은 어디멘가? 잠시 조망을 하며 설경에 빠져 들쯤 동쪽 바다위로 둥근 해가 구름을 차고 오른다. 이내 눈부신 햇살이 이곳 설악산 곳곳의 능선을 비치며 그 대단한 설경을 자아낸다. 아! 산은 과연 겨울산이로다.   
 

 소청봉에서 회운각 대피소(08:20)로 내려오는 길은 완전히 봅스레이 스포츠코스이다. 봅스레이가 어디에서 나왔나 궁금했는데 눈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는 겁이 많아 눈 구덩이에 빠지며 내려왔지만 몇몇은 눈 속으로 잘도 타고 내려간다. 저러다 다치지...
 

 양폭산장으로 이어지는 길도 눈 구덩이에 빠지고 엉금엉금 네 걸음으로 기고 철 계단에는 이미 산사태로 계단마저 없어지고 누군가 처음으로 발을 디뎠던 길로 하나 둘씩 그곳을 밟으며 생겼을 길을 따라 엉금엉금 더듬으며 내려온다. 그나마 내 아이젠은 6발이라 참 다행이다.  

 양폭산장에 이르러 허기도 지고 힘든 코스는 다 내려왔기에 막걸리로 입 좀 축이고 천 개의 佛像처럼 보인다는 천불동 계곡을 내려오고 있었다. 針峰 들과 절벽, 바위벽으로 내리는 고드름이 마치 석회암동굴의 종유석 모양을 하고 있었고 계곡은 온통 흘러내린 눈으로 계곡인지 평지인지 모를 지경이다. 아! 이래서 雪嶽山이라 했던가!
 

 귀신얼굴 모양을 했다는 귀면암 언덕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비선대를 거쳐 소공원을 지나 9시간의 산행을 마친다(11:50). 이제껏 봄과 가을철에 이곳 설악산을 다녀왔는데 오늘 산행에서 雪嶽山을 왜 雪嶽이라 이름 붙였는지 그 의미를 알 게 되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다가오는 6월에 열 서너 시간 걸린다는 공룡능선을 타며 여름의 설악산을 마음속에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