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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山樂水/강원도

오대산은 佛法의 산인데 飮酒歌舞로....ㅠㅠ(02.1.22)

by 박카쓰 2008. 7. 13.




오대산은 佛法의 산인데(02.1.22)

 

  정말로 어제는 나답지 않았습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누구에게 고백해야 하나요? 아마도 우리식구가 알면 당장 난리가 날 테고 날 잘 아는 사람에게 말하면 그 친구 거짓말한다고 할 터이고 교인들이 하나님 앞에서 참회를 하듯 저 또한 양심에 걸려 누구한테라도 잘못을 빌어야만 될 것 같습니다.

 

  화제신문을 보다가 '회비 10,000원, 오대산 산행' 회비가 싸기도 하고 산도 오대산인지라 설경을 보려고 후배님과 같이 둘이서 떠났지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아침부터 어떤 분이 술이 든 PT병을 들고 술잔을 돌리는 거예요. '아니 산행한다면서 왠 아침부터 술이야?' 의아했습니다.
 

  3시30분이 넘는 지루한 버스여행을 마치고 오대산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입장권을 사는데 어른은 문화재입장료가 있어 2,800원이었는데 산악회 회장님께서 돈을 절약하려고 65세 이상 敬老人이 여러분이라고 했더니 한 직원이 한겨울에 노인들이 산에 올라가는 것이 위험해 보였는지 차에 올라와 65세 이상 손을 들어보라는 거예요. 그런데 36명중 3명만 손을 들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거짓말하려다 꽝 난 거죠. 얼마 후 그 회장님이 "우리 충청도사람들은 멍청해서 탈이야. 등신같이 입장료 안내도 되는데 다 물게 되었잖아. 아니 손을 들으면 누가 주민증 보자고 한다나... 세상 그렇게 산다구 누가 알아 준다나". 화가 단단히 나셔 목청을 돋구시는 거예요 '하지만 지금 여기다 20살을 더 보태라고... 차라리 돈을 다 내겠다.'
 
  월정사 일주문을 지나면서 하늘을 찌를 듯한 아름드리 전나무 가지는 두껍게 쌓인 눈을 이기지 못해 척척 늘어져 있었고 그 뒤로 월정사 계곡은 수북히 쌓인 눈에 몸을 묻고 겨울잠에 빠져 있고 군데군데 두껍게 얼은 얼음사이로 차디찬 물줄기만 살아 숨쉬고 있는 듯 했습니다. 상원사까지는 20여 길을 차가 데려다 주기는 하였지만 계곡을 끼고 걷고 뛰며 집사람과 이곳으로 신혼 여행 왔을 때를 뒤돌아 보고싶습니다. 1984년 5월 6일! 결혼 첫날을 온양온천에서, 둘째 날은 강릉 경포대 콘도에서, 그리고 셋째 날은 이곳 오대산 월정사에 와서 부처님께 소원을 빌고 그리곤 이 계곡 물에 발을 담그며 물 탕 치며 고운 님과 장난했는데... 






  이윽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종이 있는 상원사에 도착, 이 곳부터 뽀드득거리는 눈 덮인 길을 올라가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간간이 불어오는 삭풍이 가지를 흔들 때마다 흩날리는 눈보라가 옷깃을 여기게 하지만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완만한 경사를 얼마간 오르면서 부처님의 정골 사리를 봉안한 우리나라 5대 보궁 중 하나인 적멸보궁에 이르고 그 곳을 지나면서 바람 골인지 무척이나 바람이 차고 매섭다. 이어서 가파른 계단 길을 숨을 몰아쉬며 올라갑니다. 주위엔 온 천지가 하얗고 나무엔 雪化가 피어 내 생전 이렇게 아름다운 雪景은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仙景이었습니다. 먹이를 찾던 새들도 도망가지 않고 그곳을 지나는 인간들과 하나가 되는 정말로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이런 세상에서 살아야지.' 하며 환상적인 설경의 굴을 지나 두시간이 채 안 걸려 십여 개의 돌탑이 쌓여있는 비로봉에 당도했습니다. 새해 월출 소백산 비로봉 때의 바람만큼은 아니지만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고 가슴이 탓 트이는 전망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였지만 앞은 눈발만 보일 뿐이었다. 겨울산행의 멋은 능선 타기라고는 하지만 호령봉으로의 능선 산행은 휴식년제이기도 하지만 추운 날씨와 자칫 길을 잘못 들어설까 걱정이 앞서 아까 온 길을 내려갑니다. 정말이지 오대산은 전나무를 비롯하여 그 수목들의 굵기에 탄성이 나오고 佛法의 산이라 할 만큼 많은 信徒들이 산을 오르내리더군요. 
 




  함께 온 후배님과 점심을 먹으며 그 분이 가져온 안동소주(40도)로 허기진 배를 채우니 몇 잔 마시지도 않아 이내 말이 많아지며 얼근해 지더이다. 버스에 오르니 벌써 술 냄새가 코를 진동하고 나 역시 알딸딸한 김에 소주 몇 잔을 더 얻어 마셔 봅니다. 김*중 정부 들어 하는 일마다 다 그런데 딱 하나 잘한 구석이 관광차안에 노래방기계 없애고 서서 춤 안 추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버스카세트 노래 소리가 꽝꽝 울리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서 흔들어 댑니다. 마침  우리 둘이 앉던 자리가 한사람씩 앉아온 자리였는지라 술과 안주가 우리들 자리 옆으로 오고 50이 넘어 보이는 웬 아줌마들이 호객(?)행위를 하는지라 '술 챈 놈이 일낸다'고 벌떡 일어서 그 좁은 통로에서 같이 마구 흔들어 댔지요. 흔들리는 관광차안에서는 스텝을 밟지 말고 손은 하늘로 향해서 뻗쳐 올리며 디스코 춤추듯 하는 것이라고 내 일찍이 우리식구한테 배웠기로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봅니다. 







  뭐 어때? 저 사람들이 내 이름도 모르거니와 선생님이라는 것도, 게다가 모자는 거꾸로 쓰고 새까만 선글라스로 위장도 했으니 '아, 이래서 묻지마 관광이 대단했었나보구나.' 때마침 錦上添花격으로 버스타이어가 펑크가 나 빵꾸 때우느랴 흔들리지도 않네. "아이구, 힘들어. 나 이만 출래요." "아니, 어디를 들어 갈려고 해요?" 앞뒤에서 그 아줌마들이 서로 같이 추자고 가로막고 옴쭉 달싹 못하게 하네.

  쯧쯧, 불쌍한(?) 박카스... 거기에 몰래카메라가 있었더라면 난 완전히 작살났었을 거다. 사실 난 버스 안에서 노래부르고 흔들어 대는 거 무척 싫어했고 특히 산행에서는 조용히 잠을 자며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그놈의 술 땜시 어쩌다 이리도 타락했나. 정말로 세상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여?
 

  숲이 깊고 산자락이 부드러워 늘 아버지처럼 듬직하고 어머니처럼 푸근하다는 오대산! 산자락 곳곳마다 불교설화와 사연들이 전해오고 있어 신비감과 경건함마저 느껴진다는데 이내 몸은 오늘 부처님께는 참배한번 안 올리고 카바레를 묻지마 관광으로 다녀온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부처님께서 怒하셨는지 식구가 愛之重之하며 처녀 때부터 갖고 있던 카메라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지팡이는 흘리고 몸은 오늘까지도 엉망입니다. 이럴려고 산에 다니나!!!!!

 

  하지만 앞으로는 정말로 달라지고 싶습니다. 술 먹으면 하나씩 피워 물던 담배!, 분위기에 취하면 마구 퍼마셔 필름도 끊어지는 나의 술버릇! 이젠 정말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