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남덕유∼할미봉∼육십령(02.2.24)
영각사-남덕유산-서봉-할미봉-육십령
작년에 미루어 놓았던 덕유산 종주의 마지막 코스인 남덕유산 산행을 메아리산악회를 따라 정*영 후배님과 함께 떠났다. 버스에 타고 보니 지난번 덕유산 종주 멤버였던 김*식님, 박*규님, 윤*현님을 만나게 되니 오늘의 산행이 더욱 흥미만점의 시간이 되니라.
아침 7시 청주를 출발하여 대전-무주-진주를 잇는 고속도로를 타고 서상 인터첸지로 빠져나와 등산기점인 영각사에 이르고 그 옆으로 하여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09:30). 단단히 겨울산행 준비를 했는지라 옷을 많이 껴입어서 땀이 많이 나고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구슬땀이 안경위로 흘러내리면서 안부에 오르니 북쪽으로 날카로운 암릉 지대와 가파른 철 계단이 줄을 잇는다. 과거 구름다리를 연결했던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이고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빙판을 이루고 있어서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며 이윽고 돌탑이 쌓인 남덕유산 정상에 오른다(1507.4m, 11:30). 저 멀리 북쪽으로 높다란 철탑이 있는 향적봉에서 무룡산, 삿갓재에 이르는 덕유산 주능선을 바라보노라니 지난 여름의 종주 산행을 더듬어 본다. 정상에 올랐음을 알리는 기념사진을 몇 장 찍고 따뜻한 차, 양주 한잔씩 나누어 마시며 서쪽 장수덕유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응달지역이어서 아직 눈이 많아 남아있지만 녹는 눈이어서 별로 미끄럽지 않았고 한참 내려온 후 다시 가파른 철 계단을 다시 오르게 되니 배도 고프고 힘을 곱빼기로 들인 후에야 정상인 서봉에 오를 수 있었다(1510m,12:40). 눈밭에서 돌멩이를 깔고 앉아 가져온 점심을 나누어 먹은 다음 이제는 백두대간 종주코스인 육십령으로 향한다(13:30).
잡목이 무성한 완경사의 내리막길은 겉은 낙엽이지만 속은 얼음이 남아있어서 미끄러지기 일쑤였고 그나마 많이 녹아있는 곳은 질퍽거려 발을 디디기 곤란했지만 오고가는 등산객들은 그래도 "수고하십니다"라는 친절한 인사로 지루하게 이어지는 산행의 피로를 줄일 수 있었다. 2시간쯤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고개를 하나 더 넘게 될 쯤 우리일행은 물이 떨어져 몹시 목이 말라 급기야는 흙먼지가 있는 눈까지 먹어야 했다. 할미봉에 이르는 경사 길은 그야말로 빙벽이어서 아이젠으로 무장하고 가까스로 밧줄 타기로 올라설 수 있었다(1024.6m, 15:30).
할미봉 정상에 오르니 우리가 넘어온 남덕유산과 서봉이 두 형제처럼 우뚝 솟아있고 멀리 동쪽으로 이름 모를 수많은 산과 능선을 바라보노라니 우리나라가 산 빼고 나면 아주 좁은 땅덩어리임을 새삼 느낀다. 하산 길을 재촉하며 낮은 고갯마루 오솔길을 내려와 육십령 휴게소에 도착하여(16:30) 말랐던 목을 시원한 물로 가득 채우며 백두대간 남덕유-할미봉-육십령 코스 7시간의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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