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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山樂水/전라북도

Irene과 함께 무룡산 칼바람을 이겨내며(06.2/4)

by 박카쓰 2006. 2. 4.


오늘은 정말로 운수좋은 날이다. 일년 24절기중 첫 절기인 입춘이라 立春大吉도 그렇거니와 산내음 산악회 일년 무사고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가 있는 날이고 30여년에 걸쳐 ‘산이 곧 인생이라’ 산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시는 떠돌이님의 800회 기념을 하는 날이니 어이 기쁘지 않을 소냐! 게다가 내 옆자리에는 異國人 그것도 내게는 一日 영어선생님 Irene님이 함께 앉아계셨다. 영어시간이면 늘상 영어로 수업하며 늘 영어가 생활화되어야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능준비로 그리 못하고 이렇게라도 영어를 해두지 않으면 정말로 한마디도 못할까 걱정도 되는데 오늘 그 행운을 잡은 셈이니.

 

 

  평소 한대의 차량으로 다니던 산악회에서는 모든 회원님께 운수대통의 기회를 드리고자 신청자 전원을 모셔서 두 대의 버스를 준비하게 되었고 이른 새벽 입춘 추위가 매서웠지만 설 쇠고 보름 만에 만나는 얼굴이라 그 어느 때보다 화사하고 반갑기 그지없다. 버스에서는 시산제를 기념하여 고급양말을 비롯해 선물도 한 꾸러미네. 아무튼 주최 측 고맙습니다! 


 대진 고속도로로 금산 휴게소를 경유하여 서상 IC를 빠져 나온다. 영각사를 지나 고개 마루를 오르며 하늘은 구름 한점 없고 푸르다 못해 보라색을 띠고 있다. 황점에서 거센 바람과 모진 추위도 모두가 한 마음 된 시산제의 염원하는 마음까지는 얼게 하지 못하리라. 거기에 나도 한 가지 빌어본다. ‘그저 올 한해 건강하게 지내면 그만이고 나머지 모두는 덤으로 찾아오는 행운일 뿐이다.’


  다소 늦은 시간이지만 10시50분, 삿갓골로 덕유산을 오른다. 함께 산행하시는 아이린님은 작년 10월인가 설악산 귀때기청봉에 무박 산행을 가셨다가 아주 혼이 나셨고 그 이후에도 몇 번 산내음과 함께 산행을 하고 싶었지만 좀 난이도가 있는 산이어서 참여하지 못하셨단다. 얼마 전 산성을 오르다가 나를 만나 내가 신청을 해놓았고 그분에게는 오늘 다소 먼 거리라 생각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하고 앞섰거니 뒤섰거니 하면서 말동무가 되어버렸다.

 


copyright @ 해피투게더


   본인말대로 400세 된 나이로 산에 오르기가 힘겨운 모양이다. 다소 늦게 삿갓재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이제는 백두대간 구간으로 무룡산을 오른다. 매서운 칼바람을 피할겸 서둘러 올라보다 조금씩 뒤처지는 아이린을 돌아볼 때면 남덕유산, 서봉 그리고 가까이 삿갓봉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고 서편으로 넘어가는 햇살사이로 눈꽃, 얼음 꽃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산내음 덕유산 두더지 작전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지. 

 

 나아가는 앞쪽으로는 한달 전 내려왔던 중봉 너머 향적봉의 철탑이 보인다. 정말이지 이 곳 덕유산은 시야가 탁 트인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그 맛이 제일일 것이고 오늘 바람은 세지만 눈밭을 거닐며 가슴속은 저 앞 활기차게 내려뻗은 산줄기처럼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아이린, 겨울에는 다시는 안 온다고?” “요게 바로 겨울산행의 묘미입니다.”

 


Copyright @ Happytogether

  

  멀리 내려 보이는 저렇게 많은 산악지역에서도 세계 경제 11위권이라고 우리 한국을 아이린에게 자랑해 본다. “우리는 산업자원이 부족하여 우수한 인재 양성과 고도의 기술력 등 인적자원으로 선진국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그게 아니었다. 한국의 자연은 그분 말씀대로 “Nature Wonder.”(경이로운 한국의 자연 특히 한국의 산) 외국인들에게 많은 홍보를 하라고 했다. 과연 한국을 잠깐 다녀가는 외국인들이 오르기 힘든 산에 오를까? 그렇다면 산에 위락시설을 해놓고 어서 오라한다. 이분 한국의 산에 완전히 빠져있었다. 하기야 그분 고향인 미국 미주리 주에는 자동차로 몇 시간을 달려도 고지대 평지뿐라니까. 


  이제 신나는 능선 산행을 마치고 동엽령에서 칠연계곡을 내려오며 벌써 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린, 좀 서둘러야겠어요. 일찍 가신 분들이 너무 기다리실 테니까. 그리고 오늘 칼바람을 맞으며 겨울 산행 7시간 20분, 대단한 걸 해내신 거예요. 게다가 빈약한 겨울 산행 준비로.”

  어제 아이린 님께서도 시산제를 기념하여 사탕과 귤을 준비하셔 일일이 나누어 주셨지요. 아쉽게도 뒤차에 계신 분까지는 전달해 드리지 못했지만. 그리고 3월 한달 고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4월에 다시 산내음을 찾는다 합니다. 

 

 

수많은 댓글들...ㅎㅎㅎ

 

비비아나 06.02.05. 11:55

아이린과 멋진 산행을 하셨네요...늘 웃음을 보여 주시는 산아님~ 함께 할수 있었던 산행이 저도 좋은 추억으로 행복했답니다...즐겁고 편안한 휴일 되세요..
 
 
도~올 06.02.05. 13:48
병술년 시산행과 더불어 탁월한 언어 실력으로 우리나라의 빼어난 금수강산을 홍보하며 국위선양에 일익을 하신 산아님께 자랑스러움과 고마움을 느낍니다. 아마 아이린도 덕유산 칼바람을 잊지 못해 분명 다시 찾을 겁니다.
 
 
산도라지 06.02.05. 14:07
조용하게 펼쳐지는 겨울 산행의 묘미에 잠시 빠져보았습니다..올한해 산내음 모든 회원님들 무사안전 산행과 건강을 기원하며......
 
 
백두대간 06.02.05. 19:30
장가계 여행을 2월3일 마친 후라서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 경험해 보는 시산제도 궁금했고 어떻게든 산에 오르려는 욕심때문에 산행을 했는데 겨울산행의 모든 것이 환상적이어서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외국인과 함께 안내하며 산행하는 산아님과 꽃댕강님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드리댈뻔 06.02.05. 16:17
글..잘 읽었습니다....산내음에 산아님이 계셔서 얼마나, 더~~~좋은지요..^^*
 
 
오르미 06.02.05. 16:39
저두 산내음에 산아님 이 계셔서 행복하답니다...영어 특강 받으셔으니 담에 팝송 들려 주세요...즐감 하고 갑니다~~`
 
 
아자씨 06.02.05. 17:22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해피투게더 06.02.05. 18:10
아이린님을 동행하시고 무룡산 정상에서 잠시 조우했지만 끝까지 같이 하지 못하고 앞서오면서 많이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
 
 
단풍하사 06.02.05. 20:28
난....산이고 싶어서 가고싶어요..잠시 뿐이지만...힘든 순간에 머리숙여보면 난 산이 되어 있더라구요,,,,산이되고 싶어요...산에서 만큼은...
 
 
darby 06.02.05. 21:10
Irene님과의 舞龍山 산행에 Happytogether님의 사진... 부지런한 산아님의 글이 더욱 돋보이네요...이번엔 대화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지만 ...자주 뵈유!
 
 
꽃댕강 06.02.05. 21:09
겨울채비는 생명과도 같은데 아이젠을 선뜻 내어주시고 몸에 밴 친절로 아낌없이 배푸시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산아님의 넉넉한 마음을 충분히 엿볼수 있었습니다.
 
 
제임스딱풀 06.02.05. 21:38
산내음에서의 첫 산행이 겨울산다운 눈산행을 토요일에 처음 여유롭게 만끼했네요.. 돌회장님,비비아나부회장님,오샤례총무님,산친구등반대장님,그리고 눈꽃산행산악대장님, 후미를 챙기시는라 고생하신 호떡님...등등 희생적인 노고에 경의와 존경하고싶네요.. 고맙습니다... ^^*
 
 
시몬 06.02.05. 21:54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되는 글이 군요.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 님의 산행기로 달래봅니다.
 
 
인어공주 06.02.05. 22:05
사진과 멋진 산행기 머물다 갑니다...늘 행복한 산행이 되세요...^^*
 
 
호떡 06.02.06. 07:19
산내음이 국제 산악회임에 틀림없네요^^ 아이린님도 외롭지 않은 겨울 산행을 산아님 덕분에 즐길수 있었겠어요..^^
 
 
종이인형 06.02.06. 07:57
사진과 함께 잔잔한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올 한해도 더욱더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해되시길 빕니다..
 
 
떠돌이 06.02.06. 09:39
같이한 산행 행복했습니다....산과더불어 행복하소서...
 
 
인자무적 06.02.06. 11:07
콧끝을 떼어 낼 듯한 바람이 겨울 산행의 맛을 한껏 느끼게 한 산행이었죠... 역시 겨울 산행은 추운게 제 맛이두만요... 늘 시원하고 편안한 웃음을 던지며, 어떤 농담이라도 소화해내는 산아님으로 인해 더욱 풋풋한 산내음이 되는것 같습니다.. 담주일도 함께 하실수 있겠죠...
 
 
반디 06.02.06. 21:01
늘 밝은 모습에서 함께한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하시는 모습... 본받고 싶습니다~~~
 
 
슬비 06.02.06. 21:59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맘~~산아님 산행기로 달래어 봅니다~~감사합니다~~^^*
 
 
금송 06.02.06. 22:45
산행기 잘 읽어보고갑니다. 그리고 덕유산의 멋진 설경이랑 좋은 풍경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오샤례 06.02.07. 00:18
산행기를 보면서 산아님으로 인하여 좀더 편안한 산행을 하셨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산아님! 감사합니다.^^
 
 
리아 06.02.07. 11:20
아이린과 해피한 산행 하셨다니 부럽군여.... 수정 같이 맑은 얼음나무가 아른거리네요...그날 산정에서 무지 행복했거든여..... 올 한해도 건강하고 안전 산행 하십시요.....
 
 
섬초롱 06.02.09. 10:25
겨울 덕유산 등반은 매서운 바람과 반짝이는 눈꽃이 기억에 남습니다.끝까지 아이린을 챙겨주며 많은 대화를 나누심에 감동했읍니다.저녁을 같이 먹으며 웃음을 주신 산아님 늘 건강하시고 올해 30번등산을 하신다는 계획 꼭 이루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