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樂山樂水/전라북도

내변산에서 군후배를 만나고(05.2.26 토)

by 박카쓰 2005. 2. 26.

 

 

 

2월이면 늘 싱숭생숭하다.
남들은 연말연시로 한해를 정리하고 한해를 설계해 보지만
학교는 2월이 되어서야 연말연시처럼 들뜨게 된다.
일 년 동안 가르치던 아이들과도
일 년 동안 한 교무실에서 지내던 선생님들과도
이제는 석별의 정을 나누어야 하고
새로운 식구를 만나야 되니까.
올 해는 어떤 놈들과 입씨름을 해야 하나?
올 해는 어떤 일을 맡으며 남들과 살아가야 하나?

그런 저런 일에 대한 사업(?) 구상으로
봄방학에 야근까지 하면서 찌든 머리도 식히고
땅에서의 인고의 세월이 싫어서
벌써 기지개를 켜고 나온 개구리도 볼 겸
이번 내변산 산행을 떠나보았다.

남여치 매표소를 산행기점으로
오늘도 산내음 산악회 얼굴은
쌍선봉까지의 가파른 길을 환한 미소로 채운다.
쌍선봉정상에서 바라본 새만금 사업은
끈이 잘려나가 대추나무에 걸려
겨울철 찬바람에 이리지리 찢기는 연처럼
처참한 모습으로 이제는 될 대로 되라고 한다.

월명암을 내려오며 바라보는 산상호수는
채색을 해놓았나 어찌도 그리 물색이 아름답더냐!
호숫가로 이어지는 산책길을 따라
속살을 드러내는 물속에는
많은 물고기 내게로 달려오지만 개구리는 아직 찾을 길 없네.

재백이 고개에서 만난 군대 후배
내가 먼저 “이무서씨?” “아닌데요.” “실례했습니다.”
‘어, 이상하다. 저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산행을 계속하는데
그 후배 한참을 가다가 되돌아와
“아저씨!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어요?”
가린 내 얼굴을 드러내니 “아, 박형님!”
그 후배, 이무서 아닌 박무서!
제대하고 20년 넘게 만에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그래, 그 찾던 개구리, 바로 여기있었구나!

누군가 인생을 만남과 헤어짐이라 했던가?
그 헤어짐과 만남이 있기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리워하면서.
그래, 관음봉, 세봉에서의 바람은 차갑고
응달에는 얼음 속 한겨울이지만
어느 봄날 저 멀리 아지랑이와 함께 달려오는
봄이 있으니 이별의 아픔도 숭고할 수밖에.

이제 내 주면 새 학년 되어
또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겠지.
새로 만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꿈 심어주어야 할 것 아닌가?
언젠가 그놈들이 개구리되었다가 이렇게 만날 줄 모르니까!

어제 함께 한 산내음 회원여러분!
님 들 덕분에 정말로 즐거운 시간이었고
님 들과의 만남이 주말마다 가 아닌 4주 후에 라면
그 만남의 의미가 더 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