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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존경하는 나의 김형연선생님~

by 박카쓰 2008. 7. 11.

선생님과의 만남은 시골 촌놈이 까까머리를 하고 청주로 중학교에 들어와 담임선생님으로 우리 반 교실에 들어오셔 "내 별명은 호랑이다. 너희 선배들이 붙인 별명이다." 이런 말씀을 들으면서 시작되었다. 어찌나 엄하셨는지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곧 법이었고 별관에서 쉬는 시간이나 운동장 조회 때 장난을 치다가도 선생님이 나타나시기라도 하면 친구들 사이에 "떴다" 하며 그 자리에서 똑바른 자세로 멈춰 서있었고 그 일대가 쥐 죽은 듯 조용했었다. 영어시간에도 단어 외우기는 물론 한 페이지를 외워오라는 숙제도 밤새 외워 그 다음 시간이면 좔좔 외우곤 했다.
 

 내가 커서 안 일이지만 그 당시 유광렬 선생님과 함께 두 분이 업무로 생활지도부를 맡으시기도 하였지만 내가 다닌 중학교의 대 선배님이시라 후배들 똑바로 키우려고 그렇게 하셨단다. 그러고 보면 두 선생님께선 '제자 사랑' '후배 사랑'을 몸소 실천하셨고 그 사랑이 남다르셨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또 한가지는 중학교에 들어와 처음으로 시험을 치른 후였다. 청주에 있는 학교로 입학했다고 자만에 빠져 우쭐대다가 입학성적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받고 선생님의 호된 매에 종아리가 빨래판 줄 판이 되어버렸다. 종아리 아픔보다 공부 못한다고 난생 처음 이렇게 혼나게 된 내 꼴이 너무 슬퍼서 집까지 울면서 돌아와야 했던 가슴아팠던 내 모습이다.      
 

 20년 후 청주의 한 중학교로 전근와서 한참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교감선생님과 함께 들어오신 선생님!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시자 영어선생님 아니신가! 갑자기 영어 발음이 더듬더듬 거리고 당황하여 쩔쩔 매다가 겨우 그 시간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어인 일로 이 곳까지?' 나중에 알고 보니 장학사님으로 장학지도 나오셨단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제게 영어 가르쳐 주실 때처럼 못 가르치고 이렇게 엉망으로 가르쳐서..."

  몇 년 후 선생님을 다시 뵈올 때는 시내 중고등학교의 꽤 많은 영어선생님들이 내 공개수업을 참관하러 오시던 날이었다. 그 날 장학지도단장으로 오시어 당신의 제자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한다는 여러 선생님들의 강평을 들으시고 무척이나 흡족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선생님께서 저의 중학시절 영어시간에 저를 열심히 가르쳐주신 덕입니다."  

 
  이제 선생님께선 교단을 떠나 계시지만 늘 선생님의 가르침이 선합니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께 배울 적엔 복도 다닐 때 일렬로 뒤꿈치를 들고 다녔는데 제가 가르치는 애들은 복도가 운동장인양 막 뛰어 다닙니다. 선생님께서는 책이라고는 영어 교과서 한 권인 그 당시에도 외워서라도 영어가 술술 나올 수 있도록 저희를 지도하셨는데 지금 저한테 배우는 애들은 온갖 영어자료가 있는데도 영어에 귀 막히고 시원스럽게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을 본받아 더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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