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단풍이 끝물입니다. 이곳 저곳 빠대고 다니며 단풍 모습을 엮어 몇자 적어봅니다.]
봄에 새싹을 틔우고 여름내 녹음으로 정열을 불사르더니 가을엔 단풍으로 아름답게 소멸하는 나뭇잎이다.
그뿐이 아니다. 열매로 인간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과 비슷하지 않은가? 청춘, 중년, 노년 그리곤 소멸이다.
그리고 우리도 자식이라는 열매를 맺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그래도 젊을때가 가장 좋았다고...
하지만 단풍이 아름답듯이 노년도 참 아름답다.
100세를 넘기신 철학자 김형석님은 지난 100년을 돌아보니 65~75때가 가장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단풍도 머지않아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을 것이다.
나뭇잎이나 사람이나 때가 되면 소멸이라지만 늘 아쉽고 아까운 생각이 든다.
게다가 수목(樹木)이야 내년 봄이면 또다시 싹을 틔우면 되지만 우리 인간이야 묻힌 자리에서 또다시 싹을 틔울 순 없지않은가!
운동삼아 자주 찾는 보살사를 다녀오며 박카스의 '아름다운 소멸'을 생각해본다.
유안진의 수필 '지란지교를 꿈꾸며' 마지막 부분을 소환해본다.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도 꺼내봅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렇게 내놓으란 듯이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새벽 눈이 저절로 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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