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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눈내린 날엔 새잡치기로 새를 잡았지요

by 박카쓰 2022. 1. 18.

 

어젯밤 동방부부와 닭갈비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앗싸!

 

 

 

집으로 돌아오며 신이 났다. 집사람은 춥다며 얼릉 들어가지만 나는 아파트 주변을 이리 돌고 저리 돌며 지인들에게 연신 카톡질을 해댄다. 정말이지 밤에 눈내리는 모습은 황홀경이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지. 

 

 

 

오늘 더 일찍 산책을 시작하려했다. 하지만 눈에 미끄러질까 좀 더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7시 영운천 수변로를 따라 이정골로 향했다.  

 

 

 

꽁꽁 얼어붙은 이정골 저수지를 지나는데 휭하다.

 

 

 

예전엔 참 좋은 등산로였는데 우회도로가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서며 막힌 길이 되어버렸다. 왜 쇠사슬로 막아 놓았나했더니 주변이 온통 경주0씨 묘였다. 이제라도 장례문화가 바뀐 것은 참 잘된 일이다. 

 

 

 

이윽고 둥근 해가 떠오르며 또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고딩단톡방에 눈 내린날 추억을 하나둘 꺼낸다. 그래, 그렇다면 나도 꺼내볼까? 이렇게 눈이 내린 날 새벽이면 어서 날이 새기를 기다렸고 설레였다.  

 

 

 

이게 뭘까? 

 

 

 

새를 잡는 '새 잡치기'다. 벼 이삭을 미끼로 대나무 고동(?)에 매달아놓고 새들이 이삭을 건드리면 저 올가미가 그 안에 있던 새를 덮치게 되어있다. 

 

 

 

                                 

       새 잡치기

 

눈이 내린날 새벽이면 시골 꼬마는 무척이나 바뻤다. 그까짓 추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시린 손을 호호 불면서도 어렵게 만든 '새잡치기'를 들고나가 집 밖 감나무밑에 짚을 서너단 펼쳐놓고 새잡치기 틀을 놓아야했다. 꼬마는 욕심도 많아 두 틀이나 놓았다.  

 

눈이 내리면 새들은 하얗게 덮힌 들판에서는 먹잇감을 찾지 못해 집 주변으로 날아들었다. 짚동가리 주변에 많이 날아들었고 짚을 널어놓은 곳이면 새가 자주 내려앉았다. 특히나 동이 틀 무렵이나 해가 넘어갈 무렵이면 이 녀석들이 더 배가 고팠는지 '짹짹' '짹짹' 거리며 새까맣게 날아들었다. 

 

영리한 꼬마는 하얀 눈밭에 새들의 눈에 띄도록 짚을 보기좋게 펼쳐놓은 다음 새잡치기를 교묘히 설치해 놓는다. 그리고 새들이 보지못하도록 집뒤에 숨어서 새가 오길 기다린다. 이윽고 새들이 그곳에 내려앉기 시작한다. 꼬마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어서 저 벼 이삭을 건드려할텐데..." 숨막히는 순간이다. 바라던 대로 "탁!" 치며 새가 그물망속에 꼼짝없이 갇혔다. 재수좋을땐 2마리가 한꺼번에 잡히기도 했지만 오들오들 손을 떨며 숨죽이며 오랫동안 기다려야했다. 허탕도 일쑤였다.

 


여러 새들이 찾아들었지만 큰새는 잡을 수가 없었고 참새도 요녀석이 어찌나 영리한지 걷드리기만 할뿐 잡히지는 않았다. 꼬마가 잡은 새는 한가지 종류였다. "모잇새"라 불렀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알 수가 없다.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쑥새'라는 걸 알아냈다. 농경지에 흔한 겨울새로 멧새과 조류였다. 아마도 멧새를 우리는 모잇새라 불렀나보다.

 

마침 사랑방 아궁이에는 쇠죽을 쑤고 난 후라 불씨가 남아있었다. 꼬마가 아직도 온기가 느껴지는 새가 안됐다 싶었지만 아궁이 속에 넣었다가 얼른 빼낸 다음 털을 발라내어 아버지께 갖다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