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년중 해가 가장 짧다는 동지...
해가 짧은 만큼 할일도 많았던 참 바쁜 날이었지요.
어머니 일손도와드렸던 옛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아침 일찍 반죽을 만들며 팥죽을 한솥 가득 끓입니다. 아궁이(고쿠락)에 불을 지필땐 연기에 눈물 깨나 쏟았고 주걱으로 이리저리 젓으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주둥이 내민 새끼들에게 퍼주시면 새알 찾아먹는 재미가 솔솔했다. 배가 고팠는지 두세 그릇 뚝딱 해치웠다.
부엌 또 한 아궁이에는 시루떡을 하셨다. 솥 위에 시루를 얹어놓고 반죽된 쌀에 팥을 켠켠이 뿌리시고 한 시루 가득 채우고 아껴두었던 장작으로 불을 지핍니다. 어머니는 떡이 설익는다며 솥뚜겅에 밀가루 붙이시며 한 걱정하신다. 이윽고 솥에서 떡 익는 냄새에 침이 절로 넘어간다.
어머니가 시루에서 떡을 잘라 한사발씩 그릇에 담아주시면 대문, 방, 광, 헛간에도 갖다 놓았다. 무슨 큰일이나 하는 양 신이 나서 이리 저리 뛰어다녔다. 알고보니 팥죽이나 시루떡이 귀신이 싫어하는 붉은 색이어서 액운을 쫒는단다.
어릴적 밥보다 떡을 더 좋아하는 '떡보'가 되었고 지금도 이 팥떡이 어떤 떡보다 맛있다. 종갓집 며느리로 4남매 키우시며 술 좋아하는 남편만나 자나깨나 일속에 파묻혀 한평생 허리오금 한번 제대로 못펴시던 어머니! 생전에 바쁘셨던 동짓날 어머님 모습 떠올려봅니다.
오늘의 시...
2021.12.21. 동짓날, 이정골 소민님댁으로 먹그림회원님들이 초대를 받았다.
요즘 세상 동짓날 이리 초대받는 일도 흔치 않지요.
" 참 맛있네요. 저도 오늘 아침엔 팥죽을 끓여보았는데 너무 되게 했네요. 묽게 했어야 했는데...그리고 새알이 작아야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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