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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문학동네

[책방통통] 김은숙 시집 낭독회

by 박카쓰 2022. 7. 20.

책나눔 프로그램 책방通通과 미디어북카페 다독다을 운영하시는 김은숙시인...오늘은 본인 시집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 낭독회가 펼쳐졌다. 금천동 '꿈꾸는 책방'과 '상생충BOOK협의회'가 함께 준비하고 정민평론가가 진행을 대신 맡았다. 

 

운집...구름처럼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다. 김시인님이 평소 열정으로 살아오고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왔음을 말해준다. 

 

김은숙 시인은...

'아름다운 소멸' '손길' '부끄럼주의보'등 5권의 시집과 '갈참나무 숲으로'를 펴냈다. "김시인님, 글씨도 시만큼 정교하시네요." ㅎㅎ 

 

시인의 말...

상생충BOOK...인터넷 거래말고 동네책방을 이용하라. 

마음만 전한다보다는 손길, 발길만들어가며 살아가야...

 

김은숙시인님은 '밥 잘 사주는 누나!'  ㅎㅎ

시 '입동 채비'    마지막 부분

생의 주름이 쌓일수록

따뜻한 밥 한 끼 잘 사는 사람으로 살자고

다른 건 못해도 밥 잘사는 일 하나만은 하자고

내 삶의 입동무렵 단순한 마음 채비를 한다  

 

 

 

 

오늘 가장 핫(hot)했던 시...

문밖에서

 

뜨거운 국이 담긴 냄비를 들고 

현관문 밖에 아버지가 서 있다 

 

안으로 들어오시라고 해도 

국 냄비를 손에 들려주며 웃기만 하신다

 

20여 년 전 이른 봄날 아침 

엄마가 끓인 쑥국을 먹고 출근하라고

이렇게 아버지가 가져다준 적이 있는데 

 

저 먼 세상으로 건너가서도  맏이가 애잔하여 

꿈속에서 찾아와 뜨거운 국 냄비를 전해주며 

몸과 마음을 덥혀주시는 걸까

 

사랑한다거나 고맙단즌 말은 커녕

살갑게 곁을 내준 적 없는 딸이어서 

안으로 선뜻 발을 들여놓지 않고 

한사코 문밖에서 서성이는 

아버지 아직도 못다 이른 저 발길 

 

 

죽비소리 

 

시에 치열하라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라 

시답게 사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며 

선배 시인이 건네는 한마디

 

참 따갑고 

푸르다

 

 

 

입춘 

밤새 누가 울고갔는지 

공기의 안쪽이 흠뻑 젖어 있다

 

삐걱거리며 울려오는 땅 밑 신열과 균열 

 

떠나가고 흩어지고 올라가고 깨어나는 것들 

많아지겠다

 

 

 

목련 안부 

 

봄볕에 그을린 마음 먼먼 달빛에 걸어두고 

마침내 하염없이 내려와 

지상에 귀를 대는 나무연꽃의 묵상 

 

누렇게 지친 꽃잎 아래 비스듬해도 

묵련꽃 이파리 여윈 등을 기대며 

웅성거리는 마음을 모아 순정을 모아 

그대에게 묻는 그늘 깊은 지상의 안부 

 

 

박카스에게 꿈이 있다. 칠순에 두번째 책을 내는 일인데  내 문인화를 넣고 그 옆에 화제로 이 작품처럼 노래가사나 상투적인 한자어보다는 내가 직접 쓴 나 산문을 써서 '퓨전수필집'을 내는 것이다.  꿈대로 될지...ㅋㅋ

 

그런데 어제 시 낭독회에서 돌아오며 는 접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은 날때부터 에 대한 신기(神技)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뭔가 시인들은 나와는 한 차원 높은 세상을 사는 사람들같다. 수필은 잘은 못쓰지만 아쉬운 대로 도전할 만한데  詩는 대할수록 그 성벽이 높다는게 느껴진다. 이 쯤에서 詩는 포기하고 문인화와 수필로만 책을 내는게 낫겠다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