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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문학동네

문학속에 핀 '동백꽃'

by 박카쓰 2022. 2. 14.

 

겨울철 눈속에서 꽃을 피워 동백(冬柏)이라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꽃은 붉은색이지만, 흰색이나 분홍색 꽃도 있다. 아름다운 꽃 때문에 원산지인 동북아시아에서 오래전부터 사랑받았다. 대나무·소나무·매화나무를 세한삼우(歲寒三友, 추운 겨울철의 세 친구)라 하듯이, 다른 식물이 모두 지고 난 겨울에 피는 동백꽃을 추운 겨울에도 정답게 만날 수 있는 친구에 빗대어 세한지우(歲寒之友)라 부르기도 했다.

 

 

김유정의 '동백꽃' 마지막 부분 ‘나’와 점순이 동백꽃 속에 파묻히면서 화해가 이루어지다.

울고 있는 ‘나’에게 점순이 이 담부터 안 그럴테냐며 확답을 받고 닭 죽은 건 이르지 않겠다며 약속을 한다. 그러곤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산기슭에 소복히 깔린 노란 동백꽃의 향긋한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아찔해졌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원작 소설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춘희》에서도 동백꽃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춘희》의 원래 제목은 《동백꽃 아가씨》(La Dame aux camélias)로, 동백꽃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젊은 여성인 마르그리트가 주인공이다.

 

 

 

       동 백 꽃
                                           유치환

그대 위하여
목 놓아 울던 청춘이 
이 꽃 되어
천년 푸른 하늘 아래
소리 없이 피었나니 

그날
항상 종이로 꾸겨진 나의 젊은 죽음은
젊음으로 말미암은
마땅히 받을 벌이었기에

원통함이 설령 하늘만 하기로
그대 위하여선
다시도 다시도 아까울 리 없는
아아 
나의 청춘의 이 피꽃!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량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동백꽃이 떨어져 나뒹구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지요. 한 싯귀를 떠올려봅니다.

한겨울 추위 이겨내고

붉게 피어나는 동백꽃

 

통째로 뚝 떨어지는 동백꽃이

제 시(詩)가 되어

제 가슴속에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