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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내 문인화

이 가을, 詩書花를 묶어보네(20.10/29,목)

by 박카쓰 2020. 10. 30.

박카스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수필은 그럭저럭 신문에도 내고 발표도 여러번 했는데

시는 써보기는 했지만 남에게 드러내놓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시인들을 보면 동경의 대상이 되고

나도 언제쯤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럴려면 시를 많이 읽으라지?

 

특히나 가을이면 생각나는 시를 써보았다.  

 

 

김춘수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도종환님의 '가을밤'

 

그리움의 물레로 짓는
그대 생각의 실타래는
구만리 장천을 돌아와
이 밤도 머리맡에 쌓인다. 

불을 끄고 누워도
꺼지지 않는
가을밤 등잔불 같은
그대 생각

해금을 켜듯 저미는 소리를 내며
오반죽 가슴을 긋고 가는
그대의 활 하나
멈추지 않는 그리움의 활 하나

잠 못 드는 가을밤
길고도 긴데
그리움 하나로 무너지는 가을밤
길고도 긴데

 

 

 

늦가을/ 도종환

가을엔
모두들 제 빛깔로 깊어갑니다
가을엔
모두들 제 빛깔로 아름답습니다
지금 푸른 나무들은
겨울 지나 봄 여름 사철 푸르고
가장 짙은 빛깔로
자기 자리 지키고 선 나무들도
모두들
당당한 모습으로 산을 이루며 있습니다
목숨을 풀어
빛을 밝히는 억새풀 있어
들판도
비로소 가을입니다
피고 지고 피고 져도
또 다시 태어나 살아야 할 이 땅
이토록 아름다운 강산
차마 이대로 두고 갈 수 없어
몸이 타는 늦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