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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이제는 제비꽃을 오랑캐꽃이라고 부르지말아야겠네!

by 박카쓰 2020. 3. 27.

추운 겨울을 딛고 따뜻한 봄이 되면

지천으로 피는 꽃이 바로 이 꽃이다.

 

묘지에서 핀 제비꽃~

 

 

보도블럭에서도 핀 이녀석...

 

이만하면 이 녀석의 생명력이란...ㅎㅎ

 

 

 

 

 

 

 

 

 

 

그런데 왜 하필 제비꽃일까?

제비처럼 생겼나? 물찬 제비?? 전혀 아니다.

 

봄이 되어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올때쯤 핀다하여 제비꽃이란다.

그중 보라색 제비꽃을 제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재생하는 제비꽃만해도 60여종이란다.

 

흰색 남산제비꽃...

 

 

 

 

우리 아파트 단지에 무쟈게 피어있네요.

미국제비꽃(종지나물)...

 

 

정선 두위봉에서 본 노오랑 제비꽃

고지대에서 핀단다.

 

 

 

그런데 이 제비꽃을 지방에 따라서 달리 부르는 이름도 참 많단다.

2개의 꽃을 엮어서 반지로 만든다하여 반지꽃

땅바닥에 탁 주저앉은 듯이 핀다하여 앉은뱅이꽃

꽃모양이 씨름하는 모양이라하여 씨름꽃...

 

그런데 그중 하나가 오랑캐꽃이다.

이렇게 이쁘게 핀 꽃에게 왜 하필이면

누구나 혐오하는 오랑캐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오랑캐꽃이란 이름은 이 꽃을 뒤에서 보면

그 모양이 오랑캐의 투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예쁜 꽃에게 어찌 오랑캐란 이름을...ㅠㅠ

 

'오랑캐'라는 말은 원래 몽골족, 두만강 유역의 미개인을 칭했다고 하지만

조선조에서는  우리를 쳐들어오는 남의 민족을 비하해서 부르는 말이었다. 

학창시절 '중공 오랑캐'라고 배운 기억이 있다.

일본사람은 섬나라 오랑캐, 서양사람들은 서양 오랑캐...

그런데 중국사람들도 우리를 '동이'(東夷)라 하여 동쪽 오랑캐라 불렀고

일본사람들도 우리는 조선 오랑캐라 불렀다네.

 

내 학창시절엔 분명히 제비꽃에 관한 수필이 있었는데 기억은 없고

지금은 교과서에 이 詩가 대한민국의 대표시로 실린 모양이다.

 

 

 

오랑캐꽃        

                                         - 이용악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흠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인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 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아무런 이유없이 오랑캐라 불린 우리민족의 애환이 서려있다네.

이제 앞으로는 제비꽃을 오랑캐꽃이라 부르면 안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