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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문학동네

詩人 권희돈님의 두번째 詩集 출판파티를 가졌지요(18.11/29,목)

by 박카쓰 2018. 11. 30.


지난 5학기동안 수필강의를 해주셨던 권교수님...

일찍부터 나오셔 일일이 새로 펴내신 시집을 나누어주시네.







名詩 쓰시느랴 수염깎으실 시간도 없으셨군요. ㅎㅎ




교수님 시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두번째 시집이라고 초를 2개 꽂고...




저희 회원님들이 케이크와 꽃다발로 성원합니다!




축하파티는 전국에서 사회를 가장 잘 보시는 임교수님의 진행으로

먼저 권시인님이 발간사(?)를 하십니다.


시집을 펴내는 것은 두려움이 앞서지만 시의 길터기로 씻김굿이라고 할 수 있다.

  *씻김굿; 전라도 지역에서 망자의 천도를 위한 굿

부족한 詩이지만 '서방정토로 가는 길'이고 독자의 마음자리다.

시는 내 소유물이 아니라 시를 밖으로 내보내 독자에게 맡겨야한다.

독자가 사유의 싹을 틔워 내면세계를 충만시켜야한다.







이어서 임교수님의 강의가 진행됩니다.


'수용미학'은 작품과 독자와의 관계로

독자의 양태에 때라 작품을 달리한다.

독자반응이론; 독서를 통해 '여백(blank)'을 채워 작품을 완성하는 것


예술행위는 작가행위(text)-->매개행위--> 감상행위(work)

독자가 책을 읽는 것도 예술행위이다.

100년에도 읽힐 수 있는 것이 바로 작품이다.





이제는 회원님들이 돌아가며 시인의 詩를 한편씩 선정하여 읽는다.

임교수님께서는 다음 두 작품 '잎새' '연잎'을

시적완성도를 높인 정신수준의 깊이가 있는 작품이라고 평하신다.



                          잎 새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좌우로 거느린

비로자나 부처님이 내려다보는 법륜전 대법당

남녀행자 마주보고 백팔배 드리는 하심 下心 시간

나의 짝은 푸른 잎새 같은 앳된 처녀였던 것

합장을 하고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대고

두 손 귓전 위로 올리기를 오십 번쯤 하였을까

벼락같이 터뜨린 그 처녀 울음보 어찌 크던지


지진이었다.

그리고, 사월이었다.


잎새마다 표피를 뚫고 나와

님 오시는 길 밝히는






연   잎


무명 無明에 가린 육도중생 六道衆生

날짐승 길짐승 비늘달린 물고기

켜켜이 쌓인 업장 業障 소멸해달라는

간절한 話頭 화두 가슴 깊이 새겨두고


종소리 끼니삼아

가벼이 선정 禪定에 드는


짐짓, 바람의 손을 잡고

너울너울 춤을 추기도 하지만


이내 첫마음으로 돌아앉아

새하얀 沙彌 사미의 영혼 같은

사리 舍利

떨구고

떨구는

 



이어서 두교수님이 우리들에게 살아갈 길을 말씀해주십니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詩人을 품고 산다.

그 詩人이 죽는 날

인류에게는 마지막 남은 사람이 죽는 것이다.'


사람은 詩的인 정신을 갖고 살아야한다.

이것은 인간의 Identity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다.

내 속에 살고있는 詩人이 새로워져야하고 향기로워져야한다.






[추천시]

- 권희돈 「아버지의 돋보기」(시집 『하늘 눈썹』, 푸른사상)


진갈색의 굵은 뿔테를 두른 두터운 유리알
유행에 뒤떨어진 아버지의 돋보기


입김으로 남루를 지우고 조심스레 걸쳐본다
끈덕지게 달라붙는 눈가의 안개 걷히고
영리한 활자처럼 추억이 살아 움직인다
한지 같은 흰옷 정갈히 입고 얌전히 앉으시어
몸을 느릿느릿 흔들며 한적을 읽으시는 아버지
가끔 꿈속에 근심스런 얼굴로 찾아오셔서
아주 먼 곳에 계신 줄 알았는데,
아버지의 글소리 듬뿍 배인 돋보기를 걸치면

싸리나무 회초리가 무서운 서당 아이
꿈결인 듯 물결인 듯 호밀밭을 내닫는다
노고지리 한 마리 파르르 하늘로 치솟는다

아, 빈 하늘 안쪽의 견고한 중심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