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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山樂水/청주알프스

청주에 300mm 물폭탄 맞던 날(7/16,일)

by 박카쓰 2017. 7. 18.


정말이지 내고장 청주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하늘이 뚫린 것 같은 물폭탄으로  한때 수중도시로 변했다. 


7월15∼16일 청주에는 무려 302.2㎜의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16일 오전 7시부터 시간당 최고 90㎜가 넘는 '물벼락'이었다.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기 불과 두어시간전만 해도

기상대는 충청지역에 30~80mm정도의 비를 예보했다. 


예보대로 새벽에 눈을 뜨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고딩친구들과 문경 둔덕산 산행, 어렵겠구나... 

새벽 7시경 우천으로 산행을 취소한다는 메세지가 날아들고

하늘은 이렇게 검은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 굵은 비가 시작되었다.




에라, 산행도 취소되고 이런 날 날궂이로 공부나 해야겠다.

서실에 나가 국화를 그리며 회원님들도 서실로 초대합니다. 

함께 공부하며 감자 쪄먹고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하자고...


그런데 창밖 빗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라, 이건 완전히 쏟아붓네.  비오는 소리가 마치

옥상에서 내려오는 배수통 물내려오는 소리가 납니다.




이때쯤 안전처에서 보내는 메세지가 이어집니다.




단체 카톡방도 까~똑~ 까~똑~ 요란합니다.

이곳 저곳에서 물난리 사진이 오고갑니다.




중학친구 교장샘들은 어디새 학교에 나가 현장 소식을 전합니다. 




지대가 낮은 복대동, 비하동에서 비보가 날아듭니다.





도로가 침수되고...





차가 둥둥 떠내려가고 ㅠㅠ





여기도 저 간이화장실이 이리 저리 떠다니네요.





어쪄...우리집에서 가까운 명암저수지가 범람위기에 놓였다고?

아니 우리도 어디로 피해야하나?? 




청주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무심천...

청남대교에서 바라본 무심천....





장평교에서 바라본 무심천




예전에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답니다.

청주 300mm 비가 내리면 무심천이 범람할 것이라고...

정말로 그만큼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습니다.




이제 무심천도 범람위기를 맞습니다.

저 물줄기가 시내로 들어오면 그야말로 수중도시로 변하는 거죠.




이 무심천보다 저지대는 물이 역류하여

이미 수중도시로 변했습니다.









갑자기 인터넷 검색어 1위 청주...

어디가서 청주 자랑하라고 하면 교육도시는 옛말이고 ㅠ

내고장 청주는 자연재해가 없어서 좋다고 자랑했는데...


돌이켜보면 청주는 큰 자연재해 없었지요.

1980년 6월말 청원군 미원과 보은에 물난리가 났었지요.

1995년 여름 290mm 폭우가 쏟아졌고

2004년 3월4~5일 50cm 폭설이 전부였으니까요.







가족, 지인들한테서 전화가 이어집니다.

"괜찮냐? 수해 피해없냐? 멀리 나가지마라."



세차게 쏟아지던 빗줄기가 11시가 넘자 잦아 들었습니다.

무려 4시간 가까이 쏟아진 셈입니다.


미안하지만 물구경, 불구경은 돈주고도 못한다는데...

이제 내 아파트에서 가까운 영운천으로 나가보았습니다.





물살이 금방이라도 둑을 허물 기세입니다.

이정골에서 온갖 가재, 농사 도구도 함께 떠내려옵니다.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붓도 안잡히고

신숭생숭하던 차가 지인들이 번개를 칩니다.


일요산행팀 오전에 못갔으니 오후에 간다고...

도대체 세상이 어찌되었나 차를 몰고 나가봅니다.


오후 4시경 범람위기를 맞았던 명암저수지...

흙탕물과 쓰레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정말이지 한시간만 더 내렸더라면

금천동 일대가 물바다가 될 뻔했습니다.




우암산 기슭 곳곳에 산사태로 흙이 흘러 내리고

약수터 가는 도로는 통행이 금지되었습니다. 


정말 한마디 해주고 싶었습니다.

"거 보세요. 왜 그리 산기슭에 건물을 짓고 그럽니까?"



어린이회관앞 도로는 온통 모래사장입니다.

어떻게 저 많은 토사가 흘러내려왔는지...

  


상당산성에 오르는 길은 능선이고 등산로에는

 저리 멍석(?)을 깔아놓아 안떠려가 다행입니다.





수해현장을 돌아본다며 산행나선 지독한 산매니아..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입니다. ㅋㅋ




산성옛길로 내려옵니다.  

출렁다리 아래도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아래로 내려오며...




참혹한 현장입니다.









넘고 넘어서 내려옵니다.







약수터 자리는 물길이 완전히 바뀌었네요.




도로와 가로수가 이리 유실되고...





다행히 오후에 빗줄기는 멈췄지만

그 피해가 얼마나 될까 걱정입니다. 





7월 17일(월)

동생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형, 시골집 간이화장실이 어제 둥둥 떠다니다가

지금은 동네 한가운데 처박혀있다네."


예전 저 시골집에 어머님 혼자 살아계실때

비가 오면 혹 무너지면 어쩌나 늘 걱정이었지요.


이제는 에라 무너져도 할 수 없지뭐...

체념했는데 그래도 가봐야지.

또 부모님 산소는 어찌되고...




헐...물이 여기까지 차 있었네요.

어제는 온동네가 수중마을이었겠군요.




그나마 이렇게 물이 빠져 다행입니다.




작년 6월말 인당서실 회원님들과  저 벽화를 그렸는데...





아니 우리집 정화조 간이화장실이 여기에???

무려 100m를 떠다니다가 이곳에 정착(?)했네요.

혼자서는 옮길 수 없고 다음에 다시 와야겠네.





우리 논에도 가봅니다.

논두렁이 많이 허물어지고 내려 앉았네요. ㅠㅠ 

그나마 이렇게 벼농사를 짓어주니 고맙기 그지없네요.




부모님은 잘 계신가 산소에도 가봅니다.

참 다행입니다.

지금 이만큼 살아 갈 수 있음은 부모님 공덕인줄 알지요.





충북 청주시 오송읍 상정리 내 고향...

남들은 추억이 어린 그리운 고향을 말하지만

내게는 오송생명과학단지가 집앞까지 들어와보니  

어떻게든 처분하고픈 행복(?)한 고민거리입니다.  





이번 기록적인 폭우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하루하루 지나며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집중호우는 기상예측을 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첨단과학의 시대에 하늘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청주시 긴급재난시스템이 엉망이었다죠.

허둥지둥에 뒤늦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었고...





시내 곳곳이 침수돼 차량 수천대가 물에 잠겼고, 

하천 제방이 유실되고 단수와 정전이 잇따르고...


얼마전 단수로 집단소송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며 소송이 불보듯 뻔합니다.





불과 이틀전 폭우에도 끄떡없다고 뉴스를 전한 우수저류시설...

이번 수해에 무용지물, 200억 혈세만 탕진했단다.




이번 폭우로 사망 7명, 그리고 수백명의 이재민들...

시내 외곽 농가지역 피해는 이루 말 할 수도 없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성금을 내고  많은 분들이 돕겠다고 달려옵니다.

하지만 어제 충북도의회 몇몇은 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떠났습니다. ㅠ

하기사 저도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니 누굴 탓하겠습니까? ㅠㅠ







우리는 세월호를 잊지말자고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세월호를 타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