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문학강론 13번째 시간으로
강의 주제는 역설(paradox)...
1.뜻 - 외면상으로 모순되고 불합리한 것같지만
실제로는 사리에 합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이 밝혀지는 진술이다.
즉 상반되는 요소의 결합으로 모순되는 경험을 통합하는 언어이다.
2. 역설의 문법성이 지니는 효과
1) 모순어법은 독자를 신장시켜 낯선(상반된 의미) 표현이 문면에 내새워지기 때문이다.
2) 절약과 함축적 의미 제시로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확충시킨다.
3) 갈등은 역설적 진술이 지니는 일반적 성격이다.
4) 대상에 대한 시인의 심리적 갈등을 표현하기게 적합한 어법이다.
5) 역설은 통사구조와 관련을 갖는다.
통사구조란 2개이상의 문장과 글속에 나타난 문법구조를 이르는 말이다.
김수영의 '풀' 2연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이는 통사구조로 역설적인 구조를 갖고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
3. 인생과 자연은 역설적으로 순환된다.
씨앗과 새싹
단풍잎과 새입
욥
불상견초(不相見草) 相思花
인터넷 사전에도 안나오는 이 말은 뭐지?
교수님께 질문하니 한자로 써주신다.
아하!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 바라보지 못하는 풀이로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꽃이라고 상사화...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그리워한다는 상사화란
서로 생각하는 꽃이라는 뜻이다.
꽃이 피면 잎이 없고 잎이 나 있을 땐 꽃이 피어 있지 않아서,
꽃은 잎을 그리워하고 잎은 또 꽃을 생각한다고 해서 상사화라고 한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꽃을 뭉뚱그려
상사화라고도 하지만 따로 이름이 있다.
선운사, 영광 불갑사에 무리를 지어 피는 이 꽃은
석산(꽃무릇)으로 9월말에 핀다.
생즉필사 사즉필생(生卽必死 死卽必生)
사즉필생은 살고자하면 반드시 죽고 죽고자하면 반드시 산다는 뜻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를 인계받아
133척의 왜적선을 대항하여 명랑해전에 임하면서 남긴 말이다.
고통은 은총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역사는 되풀이된다)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다
인간은 죽기위해 태어난다
모든 사랑은 무죄다.
4. 종교에서는 역설이 가장 중요한 진술방식이다.
역설적 진실이 도달하기 위해 긴 설명이 생략된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그러니 부지런히 베풀고 나눠줘야 천국에 갈 수 있다)
낮아지려 하면 높아지고 높아지려하면 낮아진다.
죄가 깊은 곳에 은총도 깊다
무신론자처럼 신의 존재에 대하여 관심이 큰 사람은 없다
5. C. Brooks - 과학자는 역설적 흔적을 추방해버린 언어를 요구하는 사람이고
시인은 역설을 통해 진리를 말하는 사람이다.
6. 시(詩, poetry)는 논리에 의존하지 낳고 직관에 의존하기에 역설을 해왔다.
유사성의 원리를 주축으로 하지만,
이면에는 역설과 같은 상반성의 원리를 주축으로 하는 장르가 바로 詩이다.
찬란한 슬픔의 봄
전남 강진 김영랑 생가의 詩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식민지 현실을 비판하고 민족의 애환을 노래한 시
슬프게 착한 아이(슬프도록 착한...너무 착해 슬퍼보인다)
어져 내님이야/황진이(황진이 1506~1567?)
조선 중기의 시인, 기녀, 작가, 서예가,음악가, 무희...
조선 중종 명종때 활동했던 기생(양반들의 사치노예)이었다.
오늘 수업의 압권이었음 ㅎㅎㅎ
와우~ 우리교수님...황진이를 뵌 적이 없을터 마치 한번 놀아본 것처럼...ㅋㅋㅋ
이목구비가 어떻고 어깨선이 어떻고... 참 재미있네요.
황진이는 우리 역사에 6편의 시를 남겼다.
우리나라 역사 그 많고 많은 문인중 이처럼 훌륭한 시인도 없었다.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이른바 알랑방귀 뀌는 체제옹호의 시였고
중국의 시를 모방하였으며 농민,백성과는 거리가 먼 상층들의 언어였다.
어져 내일이야 그럴 줄 모르더냐
있으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이렇게 쉽게 바꾸어 봅니다)
아이쿠, 나 좀 바라 내가 그리워 할 줄 몰랐더냐
더 있으라하면 가지않을텐데 구태여
보내놓고 그리워하는 건 또 뭐냐
- 심리적 갈등의 역설로 묘사했다
이 역설속에 진리가 담겨있다
얼마나 이뻤으면 임제는 황진이가 죽은 후
무덤을 찾아가 이리 노래했을꼬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紅顔)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
잔(盞)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황진이의 시
자신을 찾아온 왕족 벽계수에게 이렇게 읊었다지.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오기 어려외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수여간들 엇더리
황진이는 서경덕이 처사로 학문이 높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시험하였으나
그의 높은 인격에 탄복하여 평생 그를 사모하였다.
거문고와 술, 안주를 가지고 자주 화담정사를 방문하여 그를 스승으로 섬겼다.
서경덕
조선 중종·인종 때의 유학자. 황진이,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로 불렸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어렵게 공부했으나 벼슬길에도 나아가지 않고, 일생을 송도 화담에서 초막을 짓고 청빈하게 살며 학문에만 정진하며 살았다. 유학의 근본 입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기일원론을 주장하여 퇴계 이황의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율곡 이이는 독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연구하고 탐구하는 서경덕을 높이 평가했다. 저서에는 시문집인 《화담집》이 있다.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과 허균의 아버지 허엽을 제자로 두었다. 1578년 선조는 그를 우의정에 추증하고, 문강(文康)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수업중 교수님이 잠깐 읊어주셨지요.
동짓달 기나긴 밤의 한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님 오신날 밤이여든 구비구비 펴리라
기나긴 겨울밤 님 그리며 지새는 여인...
수줍은 듯 섬세한 연모의 정을 느끼는 듯 합니다..
그런데 과연 여기서 말하는 어른은 누구일까요?
평생 사모하였던 스승 서경덕 선생일까요?
권교수님도 강변하신다.
이런 여인에 화답하지 않는 남자는 남자도 아니다.
그럼 서경덕선생은 神이겠지...ㅋㅋ
또 이런 시를 남겼다
산은 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다.
주야로 흘러가니 옛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아 가고 아니 오더라.
스승 서경덕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것이라 한다.
어쩌면 기생 황진이도 나이들며 인생은 흐르는 물과 같아
순간을 머무르다 가는 것이니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노래하였겠지.
교수님! 2년전 보길도 다녀오며 제 감회를 이렇게 적어보았지요.
학창시절 정철, 박인로와 함께 조선시대 3대 시인이자 학자
특히 어부사시사, 오우가 등에서 한자투가 아닌 우리말로 쉽게 풀어
자연과 어부의 소박한 삶을 노래한 시인으로 배웠는데...
51세때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하니 세상을 등지고 제주도로 가려다
풍랑에 이곳을 오게되어 아름다운 산수에 놀라 이곳에 터를 잡고
유배 20년, 은둔 19년의 삶으로 살다가 85세 이곳에서 세상을 등졌단다.
섬의 산세가 피어나는 연꽃을 닮았다하여 부용동이라 이름짓고...
보길도 섬전체에 세연정을 비롯한 25채의 건물과 정자를 짓고 연못을 파고
당쟁으로 시끄러운 세상을 떠나 자신만의 낙원을 건설한 셈...
유배와 은거라는 삶이지만 해남윤씨 집안의 재력으로 화려한 왕국같은 삶
정원을 짓고 무희를 불러 춤추고 풍악을 울리던 모습이
섬 오지에서 근근히 먹고살는 주민들의 눈에 어찌 보여졌으랴!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산화공덕(散花功德)
산화공덕이란 말은 불교의 전통의식입니다. 부처님이 지나가시는 길에 꽃을 뿌려 그 발길을 영화롭게 한다는 축복의 의미인데요. 문학을 해석함에 있어서 이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김소월의 <진달래 꽃>입니다. 진달래꽃 6행의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 함은 <임 가시는 길에 꽃을 뿌려 축원한다.>라는 뜻으로 불교의 <산화공덕>의 뜻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런데 이 진달래꽃에 대한 해석이 저마다 다르네요.
박카스는 고등학교때 외운데로 '승화된 이별의 슬픔'
사랑하지만 간다니까 보내주는 줄 알았는데...
그저 눈물만 보이며 인종하는 나약한 여성만은 아니다.
남성이 밟고가는 '진달래꽃' 저 한송이 한송이는
바로 여성 詩的 自我의 분신이라...
(네가 과연 날 버리고 갈 수 있겠냐)
고도의 치밀한 시적 장치를 통해 떠나는 사랑을 붙잡아두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고려가요 가시리에 나오는 한 구절
설온 님 보내옵나니
이 무정한 놈아! 이 단물빼먹고 가는 놈아!
님이라고 하였지만 실제로는
화자는 여자로 서정적 자아, 서적 자아이다.
이게 자리바꿈(displacement)이다
스스로 위안을 받는다
말하는 사람의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으로
심리적 방어기재주의 하나 심리적 매커니즘이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는
버리고 가시리잇고 나는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成代)
날러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나는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成代)
잡사와 두어리마는
선하면 아니 올세라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成代)
설온 님 보내옵나니 나는
가시는 듯 돌아오소서 나는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成代)
아름다운 죄...
조용필의 노래는 시이다.
歌王...괜히 가왕이 아니다
닭의 똥구먹같은 작은 입에서 어찌 그런 소리를 낼까? ㅋㅋㅋ
그 겨울의 찻집 / 조용필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아리랑/민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명 났네.
님을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
아리랑 진도 아리랑 등 민요/노동가요는
비유가 없고 직접성이 강하고 Reality가 있다.
7. 소설(소설, Novel)은 근본적으로 '길이 끝나자
다시 여행이 시작되는 형식'을 가지는 역설적인 장르이다.
마치 죽을때가 되어서야 생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인생과 같다.
그래서 소설은 실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메뚜기로서의 삶은 실패했지만 마지막 초인의 모습을 보이며 결연히 죽어간다.
그 죽음(패배)에 함축된 의미의 자장이 바로 새로 시작하는 여행길이다.
백치아다다
돈많으면 딴생각을 한다
돈이 많으면 여자를 바꾸고 지위가 높으면 친구를 바꾼다
돈뭉치를 바다에 버리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내돈 아니야. 자유를 달라!
소설을 끝났지만 아다다의 길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감자(근대소설의 시작) - 봉녀이야기...꼭 다시 읽어봐야지.
그리스인 조르바
우리는 나날의 걱정으로 길을 잃는 답니다. 소수의 사람, 인강선의 꽃같은 사람만이 이 땅위의 덧없는 삶을 영위하면서도 영원을 살지요. 나머지는 길을 잃고 헤매니까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종교를 내려주신 것이오. 이렇게해서 오합지졸도 영원을 살 수 있게 된 거지요.
오늘 수업의 마무리는...
우리는 살면서 경청이 중요하다.
요즘 세상은 너무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든다.
보라! 신이 귀는 두개를 주었지만 입은 하나만 주지 않았더냐!
회광반조(回光返照)
빛을 돌이켜 거꾸로 비춘다. 해가 지기 직전에 일시적으로 햇살이 강하게 비추어 하늘이 잠시 동안 밝아지는 자연 현상. 죽음 직전에 이른 사람이 잠시 동안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비유하거나, 사물이 쇠멸하기 직전에 잠시 왕성한 기운을 되찾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이다. 또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죽기전에 깨달음을 얻다
예수와 석가모니를 보라! 그들은 일찍 깨달었지않았는가!
돈이 전부가 아니다. 삼성 이** 부자를 봐라.
돈이 없어 재보시를 못한다면 미소 보시는 쉽게 할 수 있다.
신이 지상에서 내려와 가장 갖고싶은 직업은 뭘까?
바로 시인이요 소설가요 수필가이다.
문학작품속에 역설, 순간포착, 심리적 갈등을 묘사한다.
소설속 비극적인 끝말속에서 인생은 실패했을지라도
그 죽음은 새로 시작하는 여행길이다.
이는 바로 메뚜기에서 초인으로 가라는 메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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