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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문학동네

사은행사, 박카스가 수필반을 찾는 이유(5/11,목)

by 박카쓰 2017. 5. 12.



다가오는 스승의 날에 즈음해서 매주 목요일 수필반에서

문학 熱講을 넘어 삶과 인생의 철학을 알려주시는 교수님께

사슴님들의 뜻을 모아 조촐한 고마움의 사은행사를 가졌다.  






박카스도 언제 한번은 교수님께 고마움을 전해야지...

때마침 이 행사에 이렇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다.  




왜 박카스는 이 수업시간 졸면서 졸음을 참으면서 이 수필반을 찾게 될까?


교수님께서는 지난 주 수업에서 문학텍스트의 불명료성에 대해 저희들에게 문학반 대학원 박사과정 수준의 강의를 저희들에게 해주시면서 문학텍스트는 독자들이 뛰어놀 수 있는 무대가 넓도록 문학적 공란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말씀하셨지요. 그렇다면 그 공란을 어떻게 만들까? 그것은 비유, 상징, 역설, 아이러리, 풍자등으로 문학적 공간을 만든다고 하셨습니다. 그 비유와 상징은 의미부여이고 그래야 문학에 대한 믿음이 커진다면서 여기 수필반에 오는 의미를 나름대로 부여해보라. 그러면 나름 Life Style이 달라질거라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제가 글로 한번 옮겨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주변이 없어서 수필을 써서 말씀드릴까 생각도 하였지만 이번 학기 들어 학생이 발표한 사례가 없고 수필도 제가 쓰는 것은 일기수준이고 그 수준을 뛰어넘어 비유와 상징의 문학적 기교가 있어야하는데 아직 그런 능력없어서 부족한 언변이지만 이렇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왜 박카스는 이 수업시간 졸면서도 그 졸음을 참으면서 이 수필반을 찾게 될까?

 

그 첫 번째로 박카스에게 수필반은 클래식(Classic)이다.

여러분 클래식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그렇죠. 고전음악. 슈베르트, 모짜르트, 베토벤의 음악과 같은 서양 고전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할때는 정확한 용어는 Classical Music이라고해야한답니다. 하지만 요즘 현대의 대중음악이 아닌 음악은 대개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여 구분없이 사용합니다그런데  오늘 박카스가 이야기하는 것은 클래식은 영화 클래식입니다. 손예진 조승우, 정인성 주연 클래식 보셨나요2003년에 개봉되었으니 벌써 15년 되었네요. 사랑하는 두 남녀의 눈물샘을 자극하던...그리고 그속에 영화음악 OST18곡이나  들어있어요. 자전거탄 풍경 난 너에게 넌 나에게, 사랑하면 할수록, 김광석 노래 등등

영화속을 잠깐 들어가보면 어느날 딸이 청소를 하다가 보물상자 하나를 발견하는데 그게 엄마의 처녀시절 연애편지였어요. 1960~70년대 우리들 중고학창시절..촌스럽고 유치하고 낯간지러운... 소나기를 만난 두 고교생 손예진과 조승우가 교복을 입고 뛰어가는 장면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30년전속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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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는 여기에 앉아있는 시간이 그 영화 클래식 장면처럼 무려 45년전으로 돌아갑니다. 고등학교 국어시간, 점수 잘 받아보려고 명문대가보려고 교과서에 실린 수많은 문학작품의 지은이, 시대적 배경, 주제, 소재, 구성, 문법, 어원 등등  시험에 나올만한 건 무조건 외웠지요. 사실 시나 수필을 감상하며 뭐랄까 삶의 교훈을 배우는 건데 제게 국어는 당연 암기과목이었습니다그런데 이곳 수필반 교수님과 그리고 여러분들과 함께 그 작품 문학을 다시 읽어봅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님은? 서정주의 국화옆에서의 내 누님같은 꽃이여! 새삶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이제는 삶의 연륜도 있으니까요. 고딩때 무작정 외웠던 그게 이런 뜻이었구나..저는 좋아하는 영화 클래식 그 고전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흔히들 그라죠. 추억은 아름답다전 이수필시간 그때 그시절 고등학교 학창시절 문학시간으로 돌아가는 기분입니다.

    



 

둘째로 이 수필시간에 저는 변화무쌍한 Character(등장인물)로 바뀝니다.

시나 소설속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시인이 되기도 합니다.  

윤흥길의 ‘9컬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지뿔도 잘난 것도 없이 자존심만 강해가지고 내가 이래봬도 대학나온 사람혀...내 이래배도 뼈대있는 집안출신이다하며 ...자기가 갖고 있는 아홉컬례의 구두만 깨끗하게 닦던 놈이 바로 나 아니였던가

 

지난주 판도라의 상자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그 신화속의 두 형제 즉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티우스...프로메테우스는 공동체 앞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앞서가는 사람이고 에피메티우스는 편안히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사람이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지요. 그렇다면 박카스는 단연 프로메테우스이다. ㅎㅎ모임만 했다하면 만년 총무 온갖 궂은 일 도맡습니다. 친가는 물론이고 처갓집 일에도 집사람이 큰고모부는 좀 빠져도 되는데 감놔라 대추 놔라 합니다그러다가 남들이 내맘 알아주지 않는다고 삐치기도 합니다.  

 

저는 시인이 되어보기도 합니다. 작년 교수님과 함께 읽어본 기형도 시인의 '엄마생각'을 읽고 어찌나 감동이 밀려오는지 밤새 돌아가신 엄마생각하며 뒤척였습니다. 기형도의 엄마는 열무 30단을 이고 나갔다고 했는데 제 엄마는 그보다 더 했습니다.  저희 엄마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자식들 저녁 챙겨주고

노름서방 찾으러 젖먹이 들춰 업고 나간 엄마

안 오시네, 온 동네 불 꺼진 지 오래

나는 희미한 등잔불아래

공부하다 잠들어 새벽닭이 울어도

엄마 안오시네, 고무신 닳을까 사박사박

안들리네, 깜깜하고 서러워

문지방새로 휭휭 찬바람소리

동생들도 깨어나 징징 거리며 엄마찾아대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적시는

그 시절, 내 꼬맹이때의 차갑던 방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성 즉 Plot이 삼각구도라 했지요. 제 어린시절 바로 저의 집은 전형적인 삼각구도였습니다. Antogonist 즉 惡人 젊은 시절 주태배기 술주정뱅이에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하는 아버지, 어떻게든 당신배로 낳은 사남매 키워보시려 애쓰신 protagonist 善人 엄마사이에서 몸부림쳤던 한 소년... 열심히 공부하여 반드시 훌륭한 사람되어 아빠를 혼내주고 엄마에게 호강시켜드리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꿈꾸며 콧구멍이 쌔까맣도록 등잔불 밑에서 공부를 하는 소설속, 영화속 주인공이 바로 저였습니다. 

    

 

3. 이 수필시간은 Healing 즉 치유의 시간입니다.

작년 교수님을 뵌지 얼마안되어 교수님께서 아버지의 돋보기라는 시를 내놓으셨다. 이 유인물 아랫부분에 당신 아버지 이야기를 써 놓으셨지요. 남들다가는 중학교에 못가게하고 아버지가 가르치는 서당에 오라고 하여 아버지에 대한 적의를 품고 들개처럼 쏘다니다가 회초리가 장딴지에 늘 달라붙어 있었다는 이야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아버지한테 유산으로 받은 것은 돋보기 하나뿐이라며 하지만 그런 아버지인데 내가 지금 아버지의 삶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보다 훨씬 훌륭하신 그리고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대학교수면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인 아닙니까? 그런 분이 이런 어찌보면 창피스러운 민낯을 이리 내밀 수 있을까? 이건 과연 무슨 용기일까? 난 내아버지 용서못하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응어리져 묻어두고 있는데 말이야사실 전 악몽 가위눌림에 많이 시달려왔습니다. 특히 산에 다녀온 날 무척 피곤한지 악몽을 더 꿔요. 그런 악몽속에 부모님이 곧잘 등장하십니다벌써 돌아가신지 아버님은 21년 어머님은 15년 되었는데 ...돌아가신 부모님 꿈에 나오는 것은 좋지않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상한 것이 좋아했던 어머님이 아니라 미워했던 아버님이 훨씬 많이 나오시는 거예요. 이상하게도 밝게 웃기도 하시고 생전에 하지 않으셨던 그런 모습으로..참 희한했어요. 이게 뭐지? 신경정신과하는 친구와 상담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의 아버지 이야기 듣고 작년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 우리 두분의 가슴님들 편지 감동깊게 읽고 저도 제 아버지를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고명딸을 대학에 보낼때 동네사람들이 비웃었지요. 담배농사해서 지지배를 대학에 보낸다...아실거예요. 그때 대학이라도 끄실른 사람들은 뭐래도 해서 먹고 살아요. 제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영특한 머리를 주셨고 마라톤도 할만큼 튼튼한 다리를 주셨고 자화자찬이지만 요즘 박카스는 재주가 참 많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요즈음 이 어지러운 세상 소통이 단절된 시대에 참되게 살아보자고 문학공동체 삶의 공동체로 여러분과 함께 있지않습니까? 아! 아버지!! 참 불쌍하고 한없이 훌륭한 분이셨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라도 아버님 용서를 빌고 고맙게 생각하니 부모님 악몽의 꿈이 싹 없어졌습니다교수님 그리고 여러분께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4. 제게 이 수필시간은 Superman(초인)이 되려 애쓰는 시간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무거운 짐들...어릴적부터 효자였기에...밀양박씨 종손이었기에...장남, 가장, 남편, 두아들의 아버지, 퇴직후에도 따라 다니는 선생님이라는 호칭...나에게 주어진 책무 이러한 짐을 실어나르던 낙타같은 내삶! 이제는 벗어던져 버릴까? 아니야 내가 이런 거 안하면 누군가는 해야할 일...그렇다면 착한 내가 하자!

아니야! 이제는 싫으면 하기 싫다고 No. 라고 말하리라. 이제껏 많이 힘들게 살아왔잖아! 이제부터라도 내마음껏 내하고 싶은대로 설령 배도 고파도 구걸하지하는 사자처럼 고고하게 자유세계를 향해 내만의 삶을 살아보자. 나만을 위하여!

 

낙타처럼? 사자처럼? 그렇게 집사람과 토닥거리다 바닷가로 나갑니다. 한 아이가 모래성을 쌓습니다. 잠시후 파도가 밀려와 모래성을 금방 무너질텐데도 열심히 공을 들여 쌓습니다. 잠시후 파도가 밀려야 싹 쓸어버립니다. 하지만 그 아이 크게 아쉬워않고 또 쌓습니다. 지나간 과거 후회하지않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 미리부터 근심걱정하지않습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입니다.  교수님께서 역설하시던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인간정신발달 3단계이지요.

    


 

우리교수님 아주 점잖은 분이신데 가끔가다 독설도 아끼지 않으시죠. 뭐야. 무기력하게 우울증에나 걸리고 시들시들하게 살며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되지말고 지금 이시각 빈둥빈둥 TV앞에서 막장드라마나 보며 버러지같이 살지말고 여기 수필시간에 나와 글을 쓰고 문학을 논하며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지. 그래야  내 삶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고 말씀하십니다.

일찌기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했지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내가 바로 신이고 나 자신만의 신을 찾아 최고의 예술을 펼쳐보자. 그것이 바로 메뚜기를 넘어 초인으로 가는 길이라도 이 연사 소리높여...한손 들어 또 한손들어 소리높여 외칩니다.       












수업을 마치고 찔레꽃에서 점심을 먹으며

케익을 자르고 노래를 부르며 교수님의 만수무강을 빕니다.  


 






저녁 교수님께서 수필반 단체카톡방에 이 사진과 함께 고마움의 글을 남기셨네요.





오늘 사슴님들께서 45년 가르치며 살아온 저의 가치를 확인시켜주셨습니다. 정년 이후에 대학원 박사과정 중에서도 교수가 될 인재 정도는 돼야 받아들일 수 있는 강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것도 감사한데  화사한 꽃서껀 케익서껀 노래서껀 돈까스서껑 쇠붙이서껀 뇌물 수준의 선물을 주셔서 갑자기 배부른 메뚜기로 변했습니다. 초인이 되고 싶어 선택한 길인데 다시 인간말종으로 돌아가는가 싶어 심히 저어됩니다. 한때는 숲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무처럼 외로웠던 적이 있었지만, 저른 노래로 비껴나는 산새인 양 사랑이 어지러워 눈을 감습니다.







수필반에 나오는 날은 교수님과 사슴님들 사제지간이 

이제 막 시작하는 문재인정부처럼 늘 훈훈함이 감돕니다. 




교수님! 늘 고맙습니다.

가슴님들! 함께해서 늘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