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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우리집도 차례제사 간소화해보자(9/16)!

by 박카쓰 2016. 9. 20.

 
 올 추석에도 우리집 차례상이 막내동생말대로 상다리가 뿌려질 정도로 차렸다. 종갓집 며느리인 집사람은 '힘들다' '몸이 아프다' 하면서도 차릴 것은 다 차린다. TV에 소개되는 대한민국 전통가문의 차례상에 손색이 없을 것같다. 종갓집이다 보니 차례상에 설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을 8그릇, 수저 8세트를 올려놓아야하니 준비한 제수들이 제 자리잡고도 어렵다. 대표(?)차례상에도 없는 포도, 멜론, 각종 한과과 찬까지 올려놓다보니 비집고 들어가야한다. 어디 그뿐이랴! 집사람은 제수로는 동생들 먹거리가 부족하다고 따로 음식을 준비했다.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갈비찜을 들고 나왔고 특별(?)요리로 부추, 당근등 야채가 많다며 잡채와 단호박으로 호박죽을 만들어 내놓았다.   

 

 

  이렇게 상차림을 하다보니 차례제사때마다 동생들에게 제수를 나눠주고도 남은 제수는 냉장고로 들어가 자리만 차지하다가 종당엔 버리게된다. '음식 버리면 죄받는다'며 어릴때부터 들어왔던 내게 더구나 제수를 버린다고? 말도 안돼. 한가득 끓여놓은 탕국이 누렇다못해 거의 검은색으로 변할때까지 되쳐먹어야했다. 이번 추석에는 제수를 좀 줄여보자며 송편 8그릇을 올려놓지말고 선조 내외분이 사이좋게 드시라고 4그릇만 준비하려 했더니 기어코 8그릇을 채운다. 차례제사때마다 신경전을 펼쳐보지만 종갓집 맏며느리는 여전히 음식 장만의 주도권을 쥐고 놓으려 하지않는다. 

 

 

이번에도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렸다. ㅠ

 

 

 

 

 사실 점점 차례제사 모시기가 힘들어진다. 특히 올해는 설 명절을 앞두고 집사람이 발목수술을 해서 설 차례에는 병원에서, 아버님 제사는 휠체어를 타고, 이번 추석도 다리를 절뚝거리며 힘들게 음식을 장만해야했다. 물론 내가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나물, 전, 탕 등  요리를 요하는 음식은 여전히 집사람 몫이다.  거의 해마다 추석 절기가 이르다보니 대추, 밤, 감은 익지도 않은 과일이 되었고 나물, 탕, 전, 적은  3종류씩 준비하다보니 늘 제수가 남게되고 요즘은 식구들이 제수를 잘 먹지않는다. 그런데도 왜 이리 많은 음식 준비하는 것을 고수하는지 ... 몇년전 내가 외국 어학연수갔을때 온식구들이 상차림을 몰라 국제전화가 오고 이번 추석에도 다들 제수를 상에 갖다놓기만 할뿐 상차림은 늘 내몫이다.  만일 '조율이시, 홍동백서...' 저대로 안하면 조상님들과 부모님께 불효를 하는 건가?

 

 

 

 과연 이게 법칙이고 정석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이제와 차례제사 음식준비가 힘들다하겠는가? 사실 난 할아버지가 살아계시던 4~5살부터 제사를 지내왔다. 제사가 많다보니 어떤 날은 아버님께서 과음으로 주무셔 어린 나이에 초헌관을 했고 제사때면 닭잡으라는 어머님 성화가 싫어 제발 제사가 없어졌으면 했다. 집사람도 시집와서 그 이듬해부터 부모님대신 제수를 준비했으니 이제와 새삼 맏며느리로 살아가는게 힘들다 하겠는가! 하지만  나이도 들면서 몸이 예전같지 않고 손목이 아파 칼질이 힘들고 2~3가지씩 담그는 김치도 올해는 1포기만담고 스스로 자존심이 상했다한다.   

 

 

 어쩌면 그것때문에 힘든것이 아니었다. 내주변 이웃들이 '기 제사는 밤에 지내지않고 한식날 산소에 가서 한다' '말그래도 차례는 차와 과일만 준비한다' '기독교식으로 예배로 한다' 등 점점 바뀌어가고 있는 차례제사문화가 종갓집 며느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보라! 이번 추석명절에 해외여행가는 사람들로 공항이 북새통을 이루고 전국에 있는 휴양림, 팬션에 예약도 넘쳐난단다. 그리고 엊그제 추석날 저녁 음식점이 몰려있는 금천동 광장에 외식하러 온 사람들이 번호표를 들고 대기했단다. 당연히 가족들과 집안에서 준비한 제수를 나눠먹으며 덕담과 놀이로 보낸 시간들이었다.  이번에 우리집도 두 아들과 함께 윷놀이와 화투놀이했는데 결국은 제수대신 야식을 시켜먹고말았다. ㅠ

 

 

 

 

이렇게 간소화된 차례상을 해볼까?

 

 

 

 

 

  정말이지 이제는 고쳐야할 때이다. 명절이나 제사가 돌아오면 우리 가족들을 만나는 즐거운 행사가 되어야하는데 우리집은 그간 밀린 주방 베란다 청소, 냉장고 정리정돈, 이불 빨래, 김치 담그기 등  일찌감치 명절 준비를 해야하고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3~4회씩 시장을 보며 제수를 준비해야하니 이건 명절이 기다려지는 행사가 아니라  꺼려하고 부담이 되는 연례행사가 되어가고 있다. 이번에 많은 분들이 보내주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SNS 문자메세지에 속으로는 비아냥 거렸다.      

 

 

  자화자찬이지만 사실 우리집만큼 우애가 있는 집도 드물듯 하다. 부모님돌아가시고 십수년째 동생들과 얼굴 찌푸린 적 한번도 없고 늘 만나면 '우리 동생 최고' '우리오빠 최고'라며 서로 칭찬해오고있다. '부모님 안계시면 형이 부모 노릇한다'는 옛말 되새기며 이제껏 내 나름대로 맏이 노릇해오고 있는데 올해와서는 슬슬 차례제사 모시기가 썩 내키지않으니 분명 이는 많은 제수준비에 연유하고 있으니 이를 간소화해야겠다. 

 

 

 

부모님은 많은 제수차리는 모습보다 이런 모습을 더 좋아하실 거야.

 

 

 

 

 

 어쩌면 명절과 제사는 조상과 부모를 모시는 관습이기도 하지만 가족들이 일년에 몇번은 서로 만나며 우애있게 살아가라고 만들어지지않았을까? 그런 행사가 음식준비로 힘들어하고 명절이 두렵고 명절증후군을 앓는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가을 어머님 제사상부터 제수를 줄이고 바꿔 보아야겠다. 어머님께서 생전에 좋아하시던 식단으로 바꾸어보련다. 시지않는 과일 배와 참외,  말랑말랑한 인절미, 전은 동그랑 부침 하나, 음식드신 후 꼭 커피를 드셨으니 커피도 올려드릴까? 비싸서 드시지 못한 바나나, 탕국대신 갈비탕, 생닭대신 손자들이 좋아하는 통닭, 구운 적대신 돼지수육보쌈은 어떨까?

 

 

  분명 어머님은 가족들이 많은 음식차리며 분주한 모습보다는 얼른 제사 지내고 둥그렇게 앉아 자식손자들이 즐겁게 먹으며 이약기나누는 모습을 더 좋아하실 것이다. 유교문화의 본산 성균관에서도 말한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섬길 수 없는 부모께 못다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 마련하는 것이 바로 제사"라며 "차례상이 아무리 화려해도 정성이 없으면 지내는 의미가 없고 조촐하다고 해도 조상을 향한 정성과 공경이 담겨있다면 그 의의를 다하는 것이고, 후손들도 이를 보고 자연히 '효'라는 덕목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