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울음소리
내 집엔 '한국에서 아름다운 소리 100선'이라는 책이 있다. 바람소리, 천둥소리, 물레방아소리, 다듬이질 소리 등 가장 한국적인 소리를 발췌하여 놓은 책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나에겐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소리가 개구리 울음소리다. 예전 어머님 살아 계실 적 모내기를 끝낸 지금쯤이면 내고향집 앞마당에서 새벽녘 들려오던 개구리 울음소리에 잠을 깨어 어머님과 먼동이 터오도록 나누던 세상 이야기는 정말이지 내게 가장 들춰내고 싶은 추억이다.
며칠 전 강원도 한 리조트로 출장을 갔는데 어디서 들려오는지 그때의 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 저 정겨운 개골개골 우는 소리 참 오래간만에 들어본다. 정말로 듣고 싶었던 소리이기에 참 반가웠다. 밤에도 대낮처럼 환하게 전등이 비춰지고 20층 건물들이 꽤 많이 들어선 이곳에서 어디서 저렇게 개구리들이 울어댈까? 한 놈도 아니고 떼거지로 그 소리 점점 크게 들려온다. 정겨움도 잠시 다시 잠을 청하려니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내일 먼 거리를 운전해갈 생각을 하니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보지만 이게 자는 건지 깨어있는 건지 그야말로 비몽사몽간을 헤매는데 개구리들이 야속할 정도로 더 크게 울어댄다.
그런데 그 울음소리 유심히 들어보니 그 소리 각기 다르네. '개골개골, 깨골깨골, 골개골개, 똘똘똘, 꽐꽐꽐, 꼴꼴꼴, 꼬르르르 꼭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라더니 왜 이리 달리 들리지. 청각을 곤두세우고 다시 들어볼까? '꼴꼴꼴, 꽐꽐꽐, 꼬르르르 꼭꼭, 골개골개, 개골개골, 깨골깨골'
어쩌다 그 합창소리 멈출라 하면 한 놈이 잽싸게 선창하고 이어 모두들 그 노래 따라서 하는데 그 합창소리 또한 대단하다. 게다가 어릴 적 집 앞 논에서 우는 개구리 울음소리, 어머님과 함께 듣던 그 소리도 함께 들려오네. 나도 그 소리 흉내 내볼까? '개골개골, 골개골개, 꼴꼴꼴' 그러다 어린 시절 불러보았던 동요도 불러본다. ‘개골개골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네. 듣는 사람 없어도 날이 밝도록 개골개골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골개골 개구리 목청도 좋다.’
뭇 개구리들이 다투어 서로가 저 잘 낫다고 울어대며 이제 개구리 울음소리가 더 절정을 이루는 듯하다. 그러는 사이 한 여름밤은 자연의 음악에 취해 먼동이 터오고 있다. '개골개골, 똘똘똘'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오늘 새벽은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적 고향을 찾는 향수(鄕愁)의 시간이 되고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아파트촌이 되어 버려 더 이상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내 기억 속에 있는 그 개구리 울음소리마저 들을 수 없을 소냐?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오늘새벽처럼 자연의 심상(心想)에 젖어 옛 소중한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맑은 영혼을 늘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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