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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My Essay

교사의 생명은 B와 D사이에 있다

by 박카쓰 2014. 8. 7.

졸필이지만 이 글을 써놓고 세상에 발표도 안하고 마음이 몹시 흔들렸습니다.
며칠전 발표된 이번 8월말 충북에서 200명 넘는 명예퇴직바람...

과연 태풍급이었습니다. 그중에는 내친구들도 상당히 끼여있었습니다. 
건강상 떠나는 분들이야 안타깝지만 멀쩡한(?)데도 떠나시는분들도 꽤있습니다.

 

교단에 대한 스스로의 명분(?)을 내세우며 우물쭈물거리다 연금 융단폭격맞는거 아니냐?

요새 충북교육을 강타하고있는 또하나의 태풍 '혁신학교' 연수를 받으면서도 흔들입니다.

눈앞에 현실, 돈이냐? 아니야. 애시당초 돈때문이라면 교단에 서지도 않았어.

아이들 가르치 미련이 내겐 많이 남아있다고 애써 자위하며 이런 글 올려봅니다.    

 

 

 

교사의 생명은 BD 사이에 있다

 

보은여중 수석교사 박 해 순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생은 알파벳 BD사이에 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여기서 BDBirth(태어남)Death(죽음)을 가리킨다. 우리 인생은 태어남과 죽음 사이라는 참으로 간단하고도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BD 사이라면 C인데 그렇다면 우리 인생은 C에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그 ‘C’는 뭘까? 그 답은 Choice(선택)이었다.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하는 하찮은 것에서부터 나는 이다음 커서 뭐가 될 것인가까지 작던 크던 우리는 항상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사는 교단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교사라는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있다. ‘Good Choice’, 교사의 길은 정말로 잘한 선택이다. 이 세상에 사람을 가르치는 일처럼 보람된 일이 또 어디 있으랴! 난 여기서 사르트르의 인생론을 통해 우리 교사의 생명을 BD 사이, 또 다른 ‘C’를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는 Change(변화)이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우리교육을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선생님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표현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는 첨단 문명 세계 속에서 급속히 변화하는 아이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정보화시대에서 PCK교육, SMART교육, STEAM교육 등 새로운 교육의 변화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점점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교사는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교사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일만이 아니라 그 지식의 가르침을 통하여 영향을 줌으로써 학생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따라서 우리 교사들은 급변하는 사회와 학교 환경 변화에 민감해야 하며 자신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내 수업도 바꾸어보고 학생들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서 늘 앞장서서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두 번째는 Communication(소통)이다. 사업이나 인생에서 성공에 이르는 길은 사람과 사람과의 인간관계이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믿음과 소통이야말로 가장 필요하다고 하겠다.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라는 EBS프로그램에서 선생님을 변화시킨 것은 유명한 교수법도 아니고 효과적인 자료 제공도 아니었다. 교사가 수업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하는 것은 바로 소통이고 스스로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믿음 속에서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대화, 친구가 되는 대화 속에서 선생님이 보여준 진정성 있는 대화와 관심이었다.

 

세 번째로 한 단계 더 도전(Challenge)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근래 들어 교실은 그야말로 전쟁통이다. 수업 중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일쑤이고 인권을 앞세워 교사에게 대들며 핸드폰으로 찍어 고발하는 아이들, 잠자는 학생들, 작은 일에도 격렬하게 항의하는 학부모님들 속에 교사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교권은 실종되고 있다. 교실이 붕괴되고 교사의 교수권과 권위도 땅에 떨어져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 이런 어려운 고비를 극복하는 길은 역시 교육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60년 안에 근대국가, 경제, 민주화를 이룬 우리 대한민국의 근간은 바로 한국교육의 신화였다.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우리 교사들의 도전(Challenge)이라고 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바로 도전하는 사람이다.

 

끝으로, 불가능해 보일 것 같은 길도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Confidence)’용기(Courage)’를 잃지 않는다면 그 길이 보일 것이다. 이제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동적인 만남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행복한 교실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교사 자신들도 기운 내서(Cheer up) 열심히 가르치자. 어느 날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술잔을 마주치며 다같이 “Cheers(건배)!”라고 외치며 묵묵히 교사의 길을 걷고 있는 당당한 교사들을 많이 보고 싶다.

 

 

 

이번달 충북교육소식에 기고한 글입니다.

 

교사의생명은B와D사이에 있다.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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