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신문 수석교사이야기]
왜 4월은 잔인한 달일까?
수석교사 보은여중 박해순
4월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을 움트며 지난 3월의 꽃샘추위를 벗어나 하루가 새롭게 바뀌는 자연이 보고 싶어 밖으로 나가는 정말로 아름다운 계절일진대 어이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4월이 되면 “4월은 잔인한 달” 이렇게 여기저기서 흘러나올까?
어떤 사람은 4월에 젊은 남녀가 가장 결혼식을 많이 올리는 데 솔로(싱글)인 자신이 불쌍해서 그렇다하고 어떤 학생은 4월이 과학의 달이라 과학 수행평가로 숙제가 많아서 그렇다하고 이 글을 쓰는 필자는 이 세상 만물이 다시 새싹이 나고 꽃을 피우는 데 저 세상으로 가신 어머님, 아버님은 영 돌아오시지 않으니 4월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달이다. 게다가 봄만 되면 왠일 인지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계절이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말의 어원은 미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비평가인 T.S. 엘리어트(Eliot)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 : 1922년 작)에서 첫 구절에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시구(詩句)가 여러 사람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말했다. 그의 시는 5장으로 되어 있을 만큼 꽤 긴 데 그중 앞머리만 보면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Memory and desire, stirring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Dull roots with spring rain.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겨울은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주었네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마른 덩이줄기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
........
그러면 그는 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
그가 이 시를 쓸 때는 전 세계가 세계대전으로 전쟁 후 모든 것이 파멸되고 폐허가 되었다. 명분 없는 전쟁의 참화를 겪은 사람들은 가치관을 상실한 채 마치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무지에서 생명은 있지만 정신적으로 죽은 거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4월 즉, 소생의 계절이 왔다고는 하지만 진정한 재생으로 오지 않고 공허한 추억으로 고통만이 다가오고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엘리어트는 이 시에서 전후(戰後) 서구의 황폐한 정신적 상황을 '황무지'로 형상화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담은 이 시를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 당시를 쉽게 헤아려 볼 수 없기 때문이리라. 어찌되었든 우리가 사는 이 땅에 언제나 좋은 일만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잔인한 일이 늘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잔인한 일이 어찌 4월에만 일어나랴!
우리들은 우리주변에 늘 잔인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4월 즉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꽃을 피우는 새봄을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우리가 갖고 있는 희망의 꽃을 피웠으면 한다. 내 삶이 우울하고 잔인하다 싶으면 밝은 색의 봄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따뜻한 햇볕을 쬐여보자. 점심을 먹고 도심 속 붐비는 거리로 아니면 자연 속 한적한 오솔길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러면 구겨진 기분이 봄 햇살처럼 활짝 펴지고 움츠러진 어깨가 딱 벌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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