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단수첩/교단단상

아이들이 달아준 꽃, 종일 달고 다녔지요. ㅎㅎ(5.15 수)

by 박카쓰 2013. 5. 15.

옛말에 선생님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선생님들은 위엄과 존경의 대상이었지요.

 

하지만 선생똥은 개도 안먹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선생이란 직업이 어렵고 힘들다는 반증이지요.

 

난 사실 이 두 가지 말을 다 싫어합니다.

선생이라고 해서 그림자도 밟지않을 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대접받고도 싶지않고 

그렇다고 아무리 힘들기로 서니 개도 안먹을만큼

먹으려하지않는 천덕꾸러기 신세도 싫으니까요.

 

 

   오늘 5월 15일, 스승의 날...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선생님마다 꽃을 달아주었지요.

다른 선생님들은 거의 안달고 다니지만

어버이날 우리 아들이 달아준 카네이션을 달고 다닌 것처럼

난 거의 하루종일 수업을 오가며 그 꽃을 달고 다녔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달아주는 꽃은 제게 소중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자기들이 한푼두푼 낸 돈으로 꽃을 산 거니까 

명색이 스승의 날... 내가 드린 선물이니 대견할테니까요. 

 

 

 

요즘 아무리 교단이 땅에 떨어졌다지만

그래도 우리 교단이 살아있는 것이 훨씬 많지요.

가끔 가슴을 쓸어내리며 속이 상할 때도 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해보면 제 잘못을 수긍합니다.

 

다만 내가 너무 성급하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서 

그게  여럿앞에서 그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려

그녀석도 내게 그렇게 대하는 거라는 걸 알게되었지요. 

그런 거 보면 나도 나이먹었나 봅니다. ㅎㅎ

 

 

오늘도 점심을 먹고 명암저수지를 돌아봅니다.

저 시원스럽게 뿜어대는 물줄기...

우리아이들의 열정을 보는듯 합니다. 

 

버드나무사이로 피어있는 노오랑 애기똥풀...

우리아이들의 큰 희망을 보는 듯합니다.  

 

수국의 일종으로 보이는 이 꽃...

우리아이들의 순박한 마음을 보는 듯합니다.

 

어느덧 신록에서 녹음으로 바뀌며...

우리아이들도 이제 어린 티를 벗고

어느덧 청년으로 변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저 커다란 저수지...그리고 높은 우암산... 

우리아이들이 이 넓은 세상에서 높은 이상을 갖은 듯합니다. 

 

공부도 꽤 잘 하면서도 늘 겸손한 우리아이들...

공부 좀 하면 우쭐대기도 헌데 그런 아이 한 명도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등을 팍팍 밀어주고싶습니다.

그럴려면 더 열심히 준비해서 가르쳐야지요. 

 

한 제자가 나한테 박카스를 선물했더군요~ ㅋㅋ

박카스선생님~박카스먹고 힘내시라고...ㅎㅎ

 

 

 

 

 

오늘도 난 우리아이들에게 '청출어람' 또 들려주었다.  

"애들아...이게 내가 그린 대나무야.

이 대나무의 쪽이 푸른 색이지만

그 안쪽 새잎에서 나온 작은 건 그보다 더 푸르단다.

 

아...뭔지 다 아네. ㅎㅎ

그래, 제자가 스승보다 더 뛰어나다는 게지...

제발 너희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그 날을 기대하고 있을게....

 

오늘은 조금 일찍 끝났습니다.

오후에 아이들이 선생님 찾아뵈라고...

하지만 몇 아이나 선생님을 찾아가겠습니까?

 

그래도 우리아이들은 오늘이 스승의날이라 

 야자않고 일찍 집에 가니 그게 즐거운 거지요.  

 

 

나도 덩달아 어린이회관에 주차를 하고

혼자 산에 오르며 지난 내 교단생활을 되짚어봅니다. 

 

지난 주 이 곳에 왔어야 철쭉이 만개한 것을 보는 건데...

이렇게 제 때를 맞추지못하면 후회가 되게 마련...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지않으면

아쉬움이 남아 그때 그럴 걸...하며 후회하지요.

 

 

저 아름다운 것대산 신록도 이제 녹음으로...

 그리고 단풍, 낙엽으로 곧 바뀌겠지요.

하지만 마음만큼은, 가르치는 열정만큼은

늘 신록이고 녹음이고 싶습니다.

 

 

지저분하던 상봉터 샘물터가 이렇게 말끔해졌네요.

내 교단도 이처럼 늘 깔끔하고 바른 모습이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저렇게 해거름에도 환한 모습처럼

이제 얼마남지않은 교단...

예전 못지않은 열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야겠습니다.

 

그래야...이 아이들이 이 다음 커서 만나면

우리 고2때 박카스샘 영어시간...

진짜 재미있었는데...할테니까요. ㅎㅎ

 

86

 

우리아이들...정말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