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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수첩/교단단상

신*섭 후배님의 부음을 접하고(10.12/24)

by 박카쓰 2010. 12. 24.

 올해 1월 4일 청주에 눈이 많이 내렸지요.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마치고 그 후배가 내게 이러더군요." 형, 오늘 눈이 내렸는데 그냥 걸어가자." "이렇게 눈도 많고 추운데...""아 이까짓게 뭘 춥다고 혀?"

 

그래서 산남고부터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분평동 들판을 지날때까지는 걸을만 했지요. 하지만 날은 어두워지고 방서사거리에 이르니 더이상 걷기가 싫어졌습니다. 에라 택시타고 가자. 하지만 택시도 버스도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걸음을 재촉하여 용암에 있는 그 친구 아파트에 이르자 "형, 추위도 녹이고 술이나 한잔 하지?" 하지만 난 뿌리쳤습니다. 그렇잖아도 겨울철이면 비염으로 고생깨나 하고 있으니까요.

 

그 후 며칠후 입안에서 피가 튀어나왔다며 병원에 들렸더니 아뿔사~그게 그 친구에게 그렇게 중한 병인줄 그 자신도 몰랐었습니다. 난 1월20일 아침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그 소식을 듣고 임용고사 면접시험 채점하면서 머리속에서 떠날 줄 몰랐습니다. 긴 밤에 잠을 자면서도 비몽사몽~ 걱정보다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그래...그래...기적은 항상 일어난다. 몇몇 그와 같은 병을 가진 사람도 언제그랬냐는 듯 일어나는 것을 보았으니... 그렇게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 많은 진학정보를 가진 그 후배가 어서 우뚝 일어나 교단에서 더 정력넘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걔네들한테 확실하고 완벽에 가까운 진학가이드를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가장 무서운 폐암...

그리고는 그친구, 암과의 사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름방학때는 이제 할 만한하다고 보충수업까지 나왔었습니다. 자꾸 초췌한 얼굴이 안스러워 그냥 쉬었으면 좋겠는데...아무튼 그 후배 가르치는 열정은 그 몸으로 전혀 식지않았고  3학년학생들 진학지도한다면서 몇시간씩 상담해주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금년 겨울들어 가장 추운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 성당에 다니던 그에게 예수님의 부름이 있었나? 그 후배님의 부음을 접했습니다. 겨울방학하는 날...나도 모든 선생님들도...작년담임반 아이들도 흐느끼며...결국 올 것이 왔단말인가? 정말로 안타까운 후배님...

 

인생지사 생노병사라 했건만 아직 젊은 나이이고 세상을 하직하기엔 너무나 아까우 사람...사랑하는 신*섭 후배님~부디 아프지않는 하늘나라 저편에서 영면하소서...그 열정, 그 카리스마, 그 오기로 다시한번 이땅에 왕림하소서...이제보니 딸도 내아들친구라는데 어부인, 두 자녀도 행복한 삶을 누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