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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山樂水/전남광주

어머니산 지리산 뱀사골-반야봉-피아골(04.10.16~17)

by 박카쓰 2010. 12. 11.

2004년 10월16일(토)-17일(일) 메아리 산악회


어머님만난다는 생각으로.hwp

 


올 들어 지리산 산행만 세 번째이다. 그것도 무박으로 고생을 자초하며 지리산 산행을 고집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어머니 산이라고 부르는데 내게도 지리산은 장쾌한 능선이 내 어머님의 가냘픈 가슴으로 4남매를 키워 오신 그 젖줄 같고 세상 하찮은 일에 화를 날 때면 넉넉한 미소로 들어주시며 용서를 바라는 그 마음이 늘 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제 3일후 20일이면 어머님 돌아가신지 2년이다. 2년 전 그토록 바라시던 고향땅을 밟지도 못하고 영면의 몸으로 고향집을 들렀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을 맞으며 누런 가을 들판을 가로질러 지금의 거기로 떠나셨다. 내 이번 산행은 이 어머니 산에서 어머님과 함께 살아왔던 지난날을 더듬으며 발길을 옮겨보리라.

이젠 지리산 산행은 쉬워졌다. 밤 11시에 출발한 우리버스는 어떻게 해서든 잠을 붙이려는 내게 비몽사몽간 꿈속을 헤매다가 3시간도 채 못 되어 산행기점인 반선에 내려놓는다. 간단히 미역국으로 요기를 하고 쌀랑한 바람 속을 가르며 뱀사골 산행을 시작한다(2:20). 대학시절 친구들과 이곳을 다녀간 후 처음이라 기대가 부풀었지만 주위는 온통 등산객의 헤드라이트 불빛과 가을이지만 넉넉한 물줄기 소리뿐 온갖 명소가 어둠에 묻혀있어 아쉬움이 너무 컸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몇 개를 지나며 간혹 라이트불빛으로 저 아래 계곡의 깊은 소와 담을 어렴풋이나마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반야봉에서의 일출을 기대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누구의 노래처럼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어릴 적 제사를 지내다 갱수하기 전 잠시 마루로 나와 하늘을 보던 때가 있었는데 그 정도였다. 이번 지리산 산행도 운이 참 좋구나. 그나저나 이번 산행 팀은 템포가 무척 빨랐다. 쉬지도 않고 계속 진군 중이었다. 아마도 내가 맨 꼴찌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엊그제 먹은 술이 오늘 산행을 힘들게 하고 있다. 잠이라도 잤으면 괜찮을 텐데 그러기에 산행 전에는 산신령님을 뵌다는 생각으로 몸가짐을 바르게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어가며 올라온 산행이 이제 물소리가 끊어져 고요하다 싶더니 바로 뱀사골대피소였다(4:50). 주능선인 화개재를 지나 삼도봉에 이르는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는데 다소 싸늘한 날씨인데도 진땀이 흐를 정도였다. 삼도봉에서 올려 보이는 어두컴컴한 산등성이가 바로 반야봉! 하지만 일출까지는 너무나 이른 시간이었다. 한참을 반짝이는 별과 저 아래 마을에서 비춰지는 불빛을 바라보며 머물렀다. 반야봉 등정은 이번이 두 번 째 이다. 주능선만 오르내리며 그냥 지나치곤 했었다. 맑았던 하늘에도 어디서 몰려왔는지 구름이 끼어서 일출(6:40)이 그리 멋지지는 않지만 지리산 제2봉(1732m)에서 천황봉을 바라보며 맞는 일출은 그리 쉽지 않으리라!

반야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지리산 줄기는 대단했다. 이제 햇빛을 발하며 저 아래 노고단, 불무장동 등 수많은 고봉준령이 고래 등처럼 뻗어나가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힘차보였다.

반야봉을 내려와 임걸령 샘을 만났다. 여름에 마라톤회원과 종주를 할 때 시원한 물이 이렇게 높은 곳에서 난다면서 어머니 산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함께 온 두 형님은 벌써 내려 가셨나 찾을 길 없고 식구가 싸 준 유부 김밥을 함께 먹었더라면 좋았는데 말이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노고단 쪽으로 얼마간 가다가 왼쪽 길로 접어들면서 피아골로 내려서게 된다(08:00).

피아골 대피소로 내려는 길은 다소 가파른 계단이었는데 울창한 숲 사이로 비치는 밝은 햇살에 단풍이 울긋불긋 수를 놓고 있었고 대피소에는 아직 아침시간인데 무박으로 산행을 즐기는 등산인 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대피소를 지나면서 피아골단풍은 지리산 10경 이름에 걸맞게 크고 작은 소와 담, 폭포가 연이어져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산수화 그리기에 흠뻑 빠진 아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괜찮다싶은 장소에 이르면 연신 사진을 찍어대면서 음식점이 즐비한 직전마을을 지나 연곡사는 다리가 아파 들리지도 못하고 그냥 하산을 서둘렀다(11:30).




반선-뱀사골-반야봉-임걸령-피아골-연곡사 총 산행시간 9시간 30분

 


어머님만난다는 생각으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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