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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山樂水/전남광주

지리산 남쪽 자락,삼신봉(2003.9.7)

by 박카쓰 2008. 7. 13.

아~

삼신봉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주능선...

그때의 감회~~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랬었는데... 

 

지리산 남쪽 자락,삼신봉(2003.9.7)

 

오늘 아침도 비가 내렸다. 오늘 비가 내리면 벌써 8주 째 내린단다. 그야말로 일요일이 雨中日인 셈이다. 지리산만 해도 그렇다. 벌써 몇 년째 지리산을 갔지만 갈 때마다 비가 내려 그 장쾌한 능선을 한번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밤새 잠을 뒤척거렸다.

하지만 이제 어쩌겠나! 우산을 받쳐들고 집을 나선다. 24시 김밥 집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김밥 2줄을 챙겨 출발장소인 종합운동장으로 향한다. 한둘씩 버스로 올라서는 회원들이 계속되는 우중일 날씨에도 별다른 불평도 없이 산에 다니는 것이 무슨 숙명인양 이 우중에도 길을 나선 모양이다. 정말로 산 꾼 들인가? 하기사 산은 그곳에서 우리를 늘 기다리고 있고 우리는 단지 비 맞은 옷으로 그 곳으로 다가설 뿐이니까...

메아리산악회 버스는 대진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무주를 지날 때쯤 검은 먹구름 속에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이게 웬 일? 덕유산을 지나 지리산 가까이 高山을 넘어오면서 희색 빛 하늘로 바뀌고 있었다. 우리 산행출발지인 청학동에 도착할 무렵에는 벌써 하늘에 여름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그렇게 보고싶던 지리산 주능선을 볼 수 있을까?

이제는 기업화 된 청학동 마을을 지나 10시 50분 산행이 시작되었다. 올라가는 등산로사이로 숲은 우거지고 골짜기 계곡에는 그간 내린 빗물과 함께 물이 넘쳐나고 있었다. 가파른 언덕길이었지만 무릎을 굽히고 앉아있던 버스에서의 시간(3시간30분)이 길었는지 쉬지도 않고 계속 오른다. "메아리산악회원 여러분! 그래도 산행시작 30분 후에는 한번쯤 쉬어야하잖아요?"

정상으로 다가설 때쯤 저 멀리 지리산 주능선이 보일락 말락. 그 능선이 보고싶어 숨은 거칠어지지만 헐떡이며 오른다. 널찍한 바위로 사방이 탁 트인 삼신봉 정상에 올라보니(11시50분) 저 멀리 지리산 능선이 좌우로 펼쳐져 있다. 욕심 같아선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100리 길 모든 봉우리 끝자락까지 보고 싶지만 구름이 끝도 없이 봉우리를 감싸는 지라 아쉽다. 하기야 안내간판엔 3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니 미천한 것이 어찌 다 볼 수 있으랴!

모처럼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 따갑기도 하지만 그 빛이 고마워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주능선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식사시간 30분은 그렇게 지리산에 취해 있었다. 이제 우리는 쌍계사쪽으로 내려가지만 다음 산행엔 북쪽 능선을 타고 세석평전으로 산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정상을 내려와 얼마쯤 능선을 타고 이곳의 최고봉인 내삼신봉(1,355m)에 닿는다. 이곳 역시 전망이 참으로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부터는 완만한 능선이어서 산악마라톤을 할 요량으로 길 양쪽의 높게 자란 죽나무사이로 걷다 뛰다 반복한다. 이어 상불재로 내려서는 길을 따라 끝도 없이 지루하게 내려온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이곳에 자물쇠바위, 쇠통바위가 있다던데...

어서 빨리 내려와 땀에 찌든 몸을 씻고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 지리산 비경중의 하나인 불일폭포도 들리지 못하고 그만 쌍계사까지 내려와 오늘의 산행을 마감하게 되었다. 쌍계사 주차장에서 지리산 안내도를 보며 우리가 오늘 산행한 거리를 재보니 지리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하네.

청학동 - 삼신봉 - 내삼신봉 - 상불재 - 쌍계사 코스 4시간 3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