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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문학동네

절친의 모친상을 보며 '죽음도 축복이다'?

by 박카쓰 2024. 1. 21.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야 당연히 축복이다. 하지만 죽음도 과연 축복이 될 수 있을까? 어제 찾아간 절친의 모친상 장지는 축복처럼 보였다. 

 

장례 사진은 담지않는 것이 보통인데 오늘 장례는 '죽음도 축복이다'란 생각에 올려본다.

 

"친구, 아버님 어머님 천수를 다하신 복많은 분들이야. 4년전 아버님 장례때...  때마침 꽃피는 4월, 

 

빨갛게 핀 홍도화 꽃길로 올라가셨다고 말했지."

 

"오늘은 흐렸던 날도 개이고 오늘 이 곳에 온 친구들은 풍수지리를 아는지 참 명당자리라고 하네. 좌우에 산이 있고 저 들판엔 의료의 메카로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미래를 보실 수 있으니 말이야." 

 


"친구, 그간 수고많았네. 최근 몇년 부모님 병상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늘 노심초사 전전긍긍해야했고 종종 부모님 소식에  급히 달려가야했으니...~ 병에 효자없다 말은 잘못된 말이었네. "  

 

오늘 장례의 압권은 바로...
저마다 꽃술을 들고 돌아가며 한마디씩 한다.  "그간 저희 키우시고 돌보시랴 고생 참 많으셨어."  "엄마,  거기서는 아프지말고..."

 

가시는 길에 온가족이 꽃을 뿌리며 저 세상에서도 꽃길을 가시라는 축원하니 이게 바로 축복이 아니겠는가! 

 

20여년 전 곡(哭)과 눈물로 보내야했던 내 부모님과는 너무나도 다른...ㅠㅠ 

 

이제 아버님 곁에 나란히 누우셔 저 생의 꽃길을 걸어가시라는...

 

"친구,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 알지? 어느 장례식장 입구에 있다구??" 그래...오늘 어머님께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끝내고  하늘 나라로 돌아가시는 거지. 

 

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

 

 

친구야! 우리도 언젠가 이 아름다운 소풍 끝내고 하늘나라로 돌아갈 날이 오겠지. 그 소풍 끝내는 날,

 

"여한 없어!" 자신있게 말할 만큼 실컷 즐기다 가자구! 그래야 오늘 어머님 장례처럼 자손들이 웃으며 보낼 수 있는 거니까.  

故 이용옥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