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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식물도감

저게 뭐야? 알고 보니 붉나무꽃이었네!

by 박카쓰 2023. 9. 20.

와~두꺼비생태숲길에 피어있는 저 꽃은 뭐지? 

 

와~ 이거 무슨 기계소리같네요. 벌도 엄청나게 많았다. 

 

옻나무? 개옻나무? 아니었다. 붉나무였다. 

 

 

옻나무과에는 옻나무, 개옻나무, 붉나무가 있다. 개옻나무는 이렇게 다르다. 

 

 

10월 중순 모습

 

[경기문학인협회 수필에서 퍼옴]

소금을 얻는 나무가 있다?

상식적으로 믿기지 않지만 우리 산에 소금을 얻는 나무가 있다. 염부목(鹽膚木) 또는 염부자(鹽膚子)라는 이름을 가진 붉나무이다.

소나무에서는 송진을 얻고 염부목에서는 소금을 얻는다. 붉은 수수 이삭 같은 붉나무의 열매의 흰 가루에서 소금을 얻는다. 붉나무의 열매에는 허연 가루가 씌어 있는데 이 가루의 맛이 시고 짜다.

 세상에 소금이 나는 나무가 있다니 신기하다. 그러나 바다가 멀어 소금을 구하기 어려운 산간벽지에서는 붉나무에서 소금을 얻었다. 붉나무의 열매를 찧어 물에 넣고 소금물을 우려내었다. 이 물로 두부를 만드는 간수로 썼다.

붉나무 열매

 

  붉나무를 또 오배자나무라고 한다. 붉나무의 줄기에 기생하는 벌레집이 오배자(五倍子)이고 그를 또 백충창(白蟲倉)이라 한다. 하얀 벌레가 모여 사는 창고라는 말이다. 붉나무에 생긴 혹 모양의 오배자는 우툴두툴한 모양이 재미있다. 오배자를 따서 열어보면 날개 달린 진딧물이 우글거린다. 어떤 것에는 벌레는 죽고 까만 지꺼기만 남아있다. 

  한방에서는 오배자를 말려 귀한 약재로 쓴다.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제로 쓴다. 그 외 오배자의 수액은 손발이 튼데, 연주창, 입병, 지질, 치질, 편도선염 등에 쓴다. 오배자는 또 약재로 외국으로 수출까지 한다. 나무에 생기는 벌레집을 수출하는 나무는 아마도 붉나무 밖에 없는듯하다.

오배자

 

 붉나무의 잎은 아까시나무 잎과 유사하다아까시나무 잎처럼 큰 자루에 다시 작은 잎이 달리는 복엽이다붉나무는 이 작은 잎들이 달리는 자루 사이사이에 작은 날개가 달려 있다개옻나무와 붉나무가 비슷하지만 이것으로 구분한다.

  붉나무는 가죽나무와도 흡사하다. 잎이 달리는 모양이나 꽃이 피는 모습이 유사하다. 붉나무와 가죽나무가 비슷하지만 가죽나무는 외줄기로 쭉 뻗는 반면 붉나무는 가지가 많이 벋는다.

  붉나무 단풍은 아주 화려하다. 그 빛이 불타는 것 같다하여 붉나무이다. 가을 산을 붉게 꾸미는 것은 단풍나무, 붉나무, 개옻나무 등이다. 서양에서는 붉나무의 단풍을 보기 위해서 공원에 심는다.

 

  옻나무과의 붉나무는 5m 내외로 자라는 낙엽 소교목이다. 우리나라 전국 산지에 두루 자란다. 7~8월에 원뿔 모양의 흰 꽃이 하늘을 향해 핀다. 수수 이삭을 닮은 열매는 10월에 익어 한 겨울이 오기까지 매달린다.

  때때로 옻나무가 아닐까 걱정하지만 그럴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이 심어 가꾸는 옻나무는 우리 산에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옻나무가 있다면 이미 누가 알고 베어가기 때문이다. 옻닭의 재료나 옻순으로 따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에서 옻나무로 착각하는 것은 거의 개옻나무이다. 그 다음이 붉나무이다. 

  가을산에 가서 붉나무를 찾아보자. 수수이삭을 닮은 열매를 늘어뜨린 붉나무를 찾아보자. 울퉁불퉁한 혹주머니를 가진 오배자를 찾아보자. 조금 징그럽지만 오배자를 열어 그 속에 기생하는 날개달린 하얀 진딧물을 살펴보자. 붉은 단풍으로 가을산을 물들이는 아름다운 붉나무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