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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문학동네

2월 시작하며(feat. 시집 「창가에 서서」)

by 박카쓰 2023. 2. 1.

세상에나...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다. 새해 들어 한 것이 뭐 있다고? 우리나라는 설을 2번 쇠다보니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인사하다가 한달을 보낸다. 게다가 춥다고 서실 방학하니 공부안하고 놀던 학창시절 방학보내듯 했다. 

 

앞으론 덕정거사가 보내준 법문읽고 새벽뉴스듣고 6시15분쯤 운동하러가야겠다.  

 

오늘 -5.5도 아직도 춥네요. 새벽에 1시간쯤 걷고 30분쯤 운동기구에 매달린다. 

 

돈의 유혹(?) 빠졌나? 지인이 강추한다. "투자하세요. 하루만 넣어두어도 돈이 생긴다니까요?" 계좌개설에 종일 매달리다시피했다. 그러면서 배운다. "세상에 안되는 일은 없다. 몰라서 그렇지..."

 

친구의 소포가 와 있었다. 박카스 수필집을 보내주었더니 이리 보내준 것이다. 메세지 속 친구의 마음도 참 따사롭다. 

 

딸과 엄마의 영혼으로 빛어낸 시 [창가에 서서]

 

작가의 말/금란 서교분

팔순을 넘어 미수를 앞두고 살아온 날을 뒤돌아보니 하루하루 고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광야에 마음 걸어놓고 허둥대던 날들이 그 몇 날이던가. 

비틀거리면서도 나를 굳건히 잡아준 것은 내 마음에 중심을 잡아준 어릴 적 신앙과 무럭무럭 자라면서 나에게 힘이 되어준 자식들이었다. 

선물같이 찾아온 장녀 최현주 요안나는 나에게 아픈 손가락이었지만 어느새 그를 통해 고통속에서도 기쁨이 있다고 하신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았고 평생 복덩이로 나를 위로해주었다. 

 

작가의 말/현주의 이야기

현주는 무엇을 위해 어떤 인생을 살려고 세상에 태어났을까?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의 걱정거리가 되어 죄송할 뿐이다. 
내가 이렇게 시를 쓸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의 눈물겨운 희생이 없었다면 결로,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해설] 사랑으로 가꾸어온 84년의 세월/지당 이홍규 시인 

어릴 적부터 믿어 온 종교의 힘! 즉,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는 신앙의 힘이 금란 여사를 불행마저도 위안으로 삼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고통속에서 행복으로 오는 기쁨을 위하여 글을 썼다. 글을 통해 행복했고 행복을 나누는 기쁨에 감사하며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역사를 시로 써서 시집을 냈다. 금란여사의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와 하느님께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해인/수녀·시인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딸을 복덩이로 끌어안는 엄마의 지극한 기도와 사랑이 그대로 시가 됩니다. 엄마의 사랑 속에 늘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딸의 시들은 오늘도 독자에게 기쁨을 줍니다. 모녀의 진실한 사랑을 선물로 받아 안으니 행복합니다.

 

행복한 얼굴/금란 서교분 

사는 게 힘이 든다고 

말을 하지만 

내게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재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하여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행복은 천 개의 얼굴로 

아니 무한대로 오는 것을 

날마다 경험합니다

 

어디에 숨어있고 

고운 날개 펴고 

반짝 나타날지 모르는 

나의 행복 

 

숨박꼭질하는 

설렘의 기쁨으로 

사는 것이 

오늘의 행복입니다

 

 

살고 싶다/서교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건만

'살아왔다'만 남았다

 

후회 없이 사랑한다고 했지만 

사랑은 온데간데없고 

'후회 없이 '만 남았다

 

좋은 시를 쓰고 싶다고 했지만 

좋은 시는 온데간데없고 

'쓰고 싶다'만 남았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지만 

행복하게는 온데간데없고 

'살고 싶다'만 남았다  

모녀의 시집 '창가에 서서'를 읽어보며 대과없이 장애없이 살아온 박카스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참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긍정과 믿음, 사랑으로 살아오신 모녀께 감동받으며 대충 살아갈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오늘 2월1일...'2월' 이라는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다져본다. 

2월 / 오세영(출처; 오세영 시집) 

 

'벌써' 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듯하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있는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 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