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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문학동네

[시]개화 전야 -황애숙

by 박카쓰 2022. 3. 25.

 

개화 전야  - 황애숙

벚꽃이 언제 피는지

어떻게 피는지 본 사람은

동맹 개화 거사

그 전날 밤

편히 잠들지 못한다

옥수수 껍질 벗고

하얀 강냉이 구름처럼

터져 나온 것 본 사람은

펑! 소리 나기 전

숨죽이던 그때처럼

한껏 부푼 봉오리들

하얗게 피어날

내일을 생각하면

이 밤 오소소

귀를 막으려 할 것이다

천지에 번질 함성에

진저리를 칠 것이다

 

시인은 하이데거 철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강단에서 철학을 강의해 온 철학자이다. 또한 그 세월만큼 시를 꿈꾸고 시를 써 왔다. 홀로 묵혀 두고 삭혀둔 시편들을 모아 시집을 엮었다. 시인이 자신의 생애를 털어 자아낸 한 권의 시집 ‘시간 이야기’.

 

시간은 둥글다


거대한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흘러내렸다

어느 손의 힘인가
어느 손의 뜻인가

천천히 되돌아
다시 시작되었다

가장 오랜 과거가
가장 먼 미래로 오리라

길 위에서 아직
멈추지 않은 그 나무

긴 앞길의 끝이 휘어져 보인다
지나온 뒤의 길도 휘어져 있다

모래는 돌고
시간은 둥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