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 전야 - 황애숙
벚꽃이 언제 피는지
어떻게 피는지 본 사람은
동맹 개화 거사
그 전날 밤
편히 잠들지 못한다
옥수수 껍질 벗고
하얀 강냉이 구름처럼
터져 나온 것 본 사람은
펑! 소리 나기 전
숨죽이던 그때처럼
한껏 부푼 봉오리들
하얗게 피어날
내일을 생각하면
이 밤 오소소
귀를 막으려 할 것이다
천지에 번질 함성에
진저리를 칠 것이다
시인은 하이데거 철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강단에서 철학을 강의해 온 철학자이다. 또한 그 세월만큼 시를 꿈꾸고 시를 써 왔다. 홀로 묵혀 두고 삭혀둔 시편들을 모아 시집을 엮었다. 시인이 자신의 생애를 털어 자아낸 한 권의 시집 ‘시간 이야기’.
시간은 둥글다
거대한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흘러내렸다
어느 손의 힘인가
어느 손의 뜻인가
천천히 되돌아
다시 시작되었다
가장 오랜 과거가
가장 먼 미래로 오리라
길 위에서 아직
멈추지 않은 그 나무
긴 앞길의 끝이 휘어져 보인다
지나온 뒤의 길도 휘어져 있다
모래는 돌고
시간은 둥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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