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學而時習/내 문인화

늙은 호박(어르신 호박)

by 박카쓰 2021. 6. 4.

친구들! 누가 우리더러 '늙은이'하면 기분이 좋지않지? 설령 늙은이이더라도...호박인들 다르랴! 꽃피는 봄날에도 못생겼다고 '호박꽃도 꽃이냐?' 며 거들떠도 안보더니 늘그막엔 그래도 영양가 있다고 '늙은 호박'을 찾는다. 그렇다면 '늙은 호박' 대신 '잘익은 호박' '영양 호박' '어르신 호박' 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우리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잘 익어가는 것처럼...ㅎㅎ    

 

 

 

 

 

 

 

[선생님 체본]

체본

 

 

어르신호박....

21.6/8(화)

 

 

늙은 호박 - 박철영 시

 

세상사를 말할때는 
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
홀로 꽃 피다 지고  맺힌
늙은 호박덩이 일지라도

긴 여름을
허투로 살지 않음을 알 수 있네
삼복 더위 거친 땅을 걷우고도 
처서 넘은 입동까지도 
지칠줄 몰랐을 저 불같은 성정


초겨울 서릿발 돋친 논두렁에서

넝쿨까지 마른 너를 거둬

두 동강을 낸 뒤에야

한 여름날 사라진 뜨거운 해가

네 안에 빼곡한 걸 알았다

 

사람아 사람들아
세상을 살았다는 것은
숨 막힐 그 순간까지                     

저토록 뜨겁게 살다가는 것이라네

 

 

늙은 호박 

   - 유 영 서 

 

어렸을 땐 철이 없어 몰랐습니다

외진 곳 풀숲에 숨어서

내 존재가 있기나 한 것인지

 

어린 시절 내내

훈육하며 둥글게 살라 하시던 어머니

삭아지고 삭아진 가을날

그제야 알았습니다

 

철이 들어

둥글게 늙어버린 저 호박

살아생전 어머니 얼굴이었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