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새벽운동으로 김수녕양궁장 뒷산인 낙가산 자락에 있는 보살사를 찾는다. 벌써 성하의 여름, 산책길이 수풀이 무성해 하늘만 빼꼼하다. 그런데 오늘은 오르는 길에 참 재미있는 새 울음소리를 듣는다. 어라! 분명 이 소리는 뻐꾸기 소리는 아닌데...'뻐꾹 뻐꾹' 하는 뻐꾸기 소리보다 조금 낮으면서도 울림이 있네. 게다가 네 마디 소리를 내는데 앞 세음은 거의 비슷하다가 마지막 하나만 뚝 떨어진다.
일단 한번 들어보자구요.
야, 이 소리가 얼마전 수필반 회원님들과 커피마실때 한 회원님이 말씀하시던 그 새소리인가? 그날 그 회원님은 요즘 산을 가면 뻐꾸기 비슷한 녀석이 우는데 그 새소리가 꼭 "홀딱벗고" "홀딱벗고" 처럼 들린다고 말씀하시더니... 아무리 새가 이상하게 울어도 그렇지 어떻게 "홀딱벗고"야 하면서 박장대소를 하며 웃은 적이 있었다.
다시금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본다. "홀딱벗고""홀딱버꼬" 영락없는 "홀딱벗고"다. 참 희한하기도 하고 하필 왜 홀딱벗고여서 내가 이녀석에게 거드름을 피며 물어본다. "야, 임마! 너 도대체 뭐라고 우는 거냐? 홀딱벗고야? 아니면 빨개벗고야?" 그랬더니 이녀석이 내게 "틀렸었마 홀딱벗고" 헐...이 자식봐라 반말을 하네. 그랬더니 이번에는 "까불지마 지랄하네" 야, 이녀석이 내게 욕까지 하네. ㅠㅠ
집으로 돌아와 수필반회원님 단체카톡방에 올렸더니 교수님이 알려주신다. '검은등뻐꾸기'라고...아하! 그랬구나. 뻐꾸기보다 등 빛깔이 검어서 그런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그런데 이녀석이 얌체네요. 다른 새들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놓고, 그들로 하여금 새끼를 양육하게 시키며 키우네요. 숲이 연두에서 초록으로 짙어 가는 요즘, 여름이 온다고 알린단다. 이 여름 철새는 늦봄에 찾아와 번식하고 가을이면 따뜻한 곳으로 떠난단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이 홀딱새가 울면 모내기를 시작한다네요. 모내기가 끝나가는 5월 중순부터는 뻐꾸기가 이 산 저 산을 날아다니며 ‘뻐꾹뻐꾹’ 울어대는데 뻐꾸기가 울면 이미 모내기는 끝나갈 무렵이란다. 뻐꾹새 소리를 듣고 모내기를 하면 이미 한 해 농사로는 때가 늦었다고 생각하니 뻐꾹새가 울기 전에 어서 모내기를 마치려니 농부들의 일손은 바쁘기만 하겠다.
다시 홀딱벗고새의 소리를 들어봅니다.
오늘 새벽 산책길에서 만난 저 새소리! 이렇게 자연과 지척에서 살아간다니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가지 생각을 더 해본다. 저 녀석은 분명 한 목소리로 음을 내는데 듣는 내게는 여러가지로 다르게 들린다. 나 한사람도 그럴지언데 사람마다 들리는 저 소리는 분명 다르게 들릴 것이다. 흥에 겨운 사람은 "어절씨고 저절씨고"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는 "잡념말고 공부나해" 다이어트하는 사람은 '작작먹고 그만먹고" 세상 내려놓는 사람은 "내팔자면 편한거야" 이른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사람들마다 이렇게 다르게 들으니 분명 이상한 귀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 작은 새울음소리도 이렇게 다른데 사람들 살아가는 세상은 말하면 무엇하랴.
지지고 볶고 싸우며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하며 나와 생각이 다르면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멀리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가만히 들어다 보면 '내가 옳다'는 내 생각에 사로 잡혀 일어난 일아니던가! 상대가 문제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각자의 느낌은 검은등뻐꾸기 소리처럼 제각기 다르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내가 옳다'는 한 생각을 내려놓아야 내 마음도 편해지며 얼굴에 웃음을 띨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내일 새벽도 저 검은등뻐꾸기 "홀딱벗고 홀딱벗고" 소리 들으러 또 보살사를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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