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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수첩/수업혁신

수업공개, 과연 장기기증인가?

by 박카쓰 2015. 9. 14.

 

수업공개, 과연 장기기증인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변하지 않는 것 몇 가지를 소개하면 교단 처음 시작할 때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선생님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만큼 우리 학교가 변하지 않음을 꼬집어 말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은 교실은 현대화되고 인터넷이 세계 제일이면서 교실환경은 선진국 못지않게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요즘은 이렇게 바뀌어졌답니다. ‘19세기 교육행정으로 20세기 선생님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높이자고 행정업무 감량을 늘 외쳐왔지만 설문조사, 팝업창 등 오히려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몇 명 들어갔느냐가 제가 학교 다닐 때도 그게 명문고 싸움이더니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고등학교 진학진로의 전부이고 시내 고등학교 300여명 졸업생중 겨우 1~3명 들어가는 서울대이고 보면 나머지 학생들의 앞날 설계는 무엇입니까? 창피한 말씀이지만 제가 영어선생님으로 지내면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10년을 영어공부하면 뭐하냐? 외국인 만나면 말 한마디 못하면서?’ 그나마 글로벌시대가 되면서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 까지는 하지만 그 이상은 못하는 영어회화, 참 안 바뀌는 것이 세상인가 봅니다.

 

  여기에 저는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바로 공개수업입니다. 신학년 초 학교별로 올해 컨설팅 장학협의때 공개수업을 누가 할까? 물론 의뢰인과 컨설턴트라는 관계로 요청장학을 해오고 있지만 과연 희망해서 요청하는 선생님이 몇 분이나 될까요? 결국 신청자가 없어서 새로 임용된 신규선생님들에게 ‘우리도 예전에 다 그랬다’하면서 강요하게 되고 새내기 선생님은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올해 광복 70년!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대한민국 일진대 과연 우리 교육의 현실은 얼마나 바뀌어 가는 걸까요?

 

  저는 감히 여기서 다함께 수업공개를 제안합니다. 공개수업이 아니라 수업공개입니다. 지금까지의 ‘장학’ 개념의 수업이 아니라 나의 수업을 남들이 볼 수 있도록 문을 살짝 열어 놓아달라고 말씀드립니다. 물론 제가 그 안을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자유학기제 운영하면서 네 분의 선생님이 선택교과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 걸까? 그리고 다른 선생님은 배움 중심 수업을 어떻게 운영하시는가? 많이도 궁금하실 겁니다.

교사의 핵심은 수업이고 행복씨앗학교의 중심도 수업 아닙니까?  담임, 생활지도, 행정업무, 상담 등으로 꽉 채워진 일과이긴 하지만 학생의 학교생활 99%가 수업교사와 학생간의 만남이고 그중 95%가 수업일진대 수업 나눔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키워봅시다!

 

  과연 나는 내 수업을 위해 몇%의 시간을 할애하는가? 교육내용 재구성은 엄두도 못 내고 교과서만이 교과서인가? 학습자료가 활동중심, 학생중심, 연계성, 수준, 학교여건을 반영하는가?

우리의 교육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인가?

 

  우리나라는 수업에 관한한 묘한 금기사항이 있습니다. 예전 일찍 승진한 장학사가 학창시절 자기 선생님 수업을 들어갔습니다. 그때에는 장학지도 나오면 공개수업 말고도 전교사의 수업을 참관하였습니다. 그분 미움 많이 샀습니다. 은사도 몰라보는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돌이켜보면 이제껏 장학지도, 장학협의, 컨설팅 장학 등 이름만 바뀌었지 장학관련 일에 오시는 분들이 공개하시는 선생님들의 수업에 대한 잘잘못을 들춰내는 지적질(?)을 참 많이도 해 왔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라면 누구나 공개수업이 가장 꺼려하는 일이 되었고 신규교사들의 무덤(?)이 되어 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공개수업이 장기기증이라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이제는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금방 바뀔 수는 없는 일이지만 컨설턴트와 의뢰인 사이에 많은 래포가 형성되고 좋은 관계로 탈바꿈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제껏 장학이 선생님들 즉 수업자의 측면에서 수업을 보아왔지만 이제는 장학이 학생들 즉 학습자의 측면에서 수업을 보자거지요. 중고등학교에서는 교과별 특성이 있어서 내 교과 아니면 수업 공유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였는데 배움중심의 수업은 교과를 뛰어넘어 학년별 수업을 공개합니다. 왜? 잘 가르치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느냐를 보는 거까요. 다른 학교에 출장가서 훌륭한 선생님의 공개수업을 보는 것보다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내 과목아닌 시간에는 과연 어떻게 배우고 있는가? 배움 중심은 학년별로 모든 교과에서 이루어져야한다고 들었습니다. 3반 김00는 영어시간엔 딴 짓, 과학시간은 정말로 잘 하네. 뭐가 그리 만들었을까? 인기 넘치는 젊은 선생님? 흥미로운 자료? 아이들에게 맞는 수준과 발문? 그걸 찾아보자는 거지요.

 

  누구나 싫어하는 수업공개! 수업공개는 과연 장기기증인가? 공개수업은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찬스! 한번 잘 짜놓은 수업안과 자료는 평생 교육자료! 교사의 전문성을 키워가는 것은 당연한 일! 누구라도 내 수업 들어오신다면 대충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러니 교사로서 수업을 준비하고 연구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준비된 베테랑 교사가 되어가는 것이지요. 다함께 수업을 공개하자고 제안합니다!

 

  의무적으로 하는 수업공개가 아니라 교사들이 서로 수업친구를 맺든가 아니면 수업 동아리를 만들어 일상의 수업을 서로 보고 함께 고민해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수업전문가인 우리들에게 정말로 멋지고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껏 동교과끼리 교과협의회 혹은 공개수업이 이루어졌지만 동학년 교사들 간에 이루어질 때 가장 커다란 효과가 이루어지리라 봅니다. 동일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수업참여나 수업태도 등을 공유하며 다함께 잘 가르쳐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 우리들의 수업 전문성은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수업 문턱을 조금 낮추시고 수업에 초청해주시면 금상첨화이지만 원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시면 여러 선생님들의 수업을 한 시간 내내는 아니어도 잠깐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봅시다. 베테랑 교사들은 신참선생님들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보여주고 새내기선생님들은 신세대 새로운 기법을 소개해주시면서 우리아이들은 수업시간이 더 즐겁고 행복하리라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졸필을 읽어 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