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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수첩/교단단상

우울한 스승의 날? 스스로 승리감을 맛보는 날 ㅎㅎ

by 박카쓰 2015. 5. 15.

퇴근 무렵 산성을 돌고 내려오는데

집사람이 스승의 날이라고 저녁을 나가서 먹잔다. ㅎㅎ

장모님이 살아계실때는 장모님이 이 날을 챙겨주셨는데... 

 

서실에 갔더니 제자들로 받은 꽃다발에 흡족해한다.

그래 뜻깊제...가정주부로 서예를 배우고 익혀

자기보다 더 어르신들을 가르치며 받는 선물이니까

 

얼마전 수학학원 인기(?) 강사가 된 아들도

아이들로부터 꽃을 받았다며 즐거워한다.

그래...자기가 하는 일에 행복감을 가져야지.

 

 

오늘 스승의 날...

인터넷 검색어로 '스승의날'을 쳐보니 주된 뉴스가

'우울한 스승의 날' '스승의 날 즈음에 폭행당하는 교사...'

'교권추락...''학부모에게 매맞는 교사...'

'스승의 날에도 정상수업...

긍정적인 뉴스는 오직 하나 '스승의 날 다채로운 행사열려...' 

이게 오늘날 교사의 현주소다. ㅠㅠ

 

 

 

전국학생들 설문조사에서 가장 되고싶어하는 직업 1순위, 교사!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상위 5% 학생이 교사가 되는 대한민국!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

초봉은 박하지만 그래도 부족하지 않은 급여...

방학 등으로 일반 직장인보다 많은 휴일...

게다가 남들이 나이 어려도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하지만 정작 교단에 들어와서는 직업만족도 OECD국가중 가장 꼴찌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응답한 교사 비율이 20.1% OECD 회원국 중 1위

'다시 직업을 택한다면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 36.6%로 평균(22.4%)보다 높고
요즘 명예퇴직을 하려는 교사는 줄을 섰다. 보라!

 

 

요즘 100세시대!

남들은 일년이라도 다만 몇달이라도 더 일하려 애를 쓰는데

왜 많은 교사들은 이른바 '배부른 직장'이라는 교단을 떠나려 하는가?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교권추락!

 

학생들 인권만 있고 높다랗던 교사의 인권은 간데 없네.

'감히 누가 내자식을 건드려' 하나만 낳아 곱게 기르는' 저출산 세태...

'명문대학만 가면 된다' 입시 위주의 일그러진 교육풍토...

'학교서는 자고 학원서 공부하고' 학원강사만 못해.  

 

게다가 교권침해에도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의무교육이라 전학시키면 고작이고

학부모는 고소고발해보지만 한 개의 사건에 불과하고 

속앓이하고 쪽팔리는 건 불쌍한 선생님들뿐...

 

여기서 난 우리 학교 현장의 이념대립도 큰 문제라 생각한다.

한쪽에서는 추락해가는 교권을 안타까워하는데

다른 한쪽은 '학생 인권'운운하고 학생들을 부추긴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도 어쩌면 다르게 바라보는지 마치 세월호처럼...

학교는 갈수록 혼란스럽고 난 점점 더  방관자가 되어간다. ㅠㅠ

 

 

남들이 많이 비아냥거린다.

"교사는 많지만 참스승은 없다"

"스승이 사라지고 교사라는 엘리트 직업만 남았다"

 

그래요. 세월이 많이 변해갑니다.

아이들과 씨름하며 끈끈한 정을 나누던 사제지간은 옛날이고 

이젠 하나의 직장으로 남들처럼 일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삭막하게 변해가는 교단에도 

끈끈한 정을 느끼게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사와 학생사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살아가니까요.

오늘도 내가 먼저 베풀며 그런 일이 벌어지길 기대하며 출근합니다. ㅎㅎ

 

 

오늘은 관내 교직원 배구대회가 열립니다. 관례로...ㅠㅠ 

수업결손없이 참가하랴 조회, 점심,수업시간을 줄여 겨우 14:00 수업을 마칩니다.

부랴부랴 대회장으로 옮겨가보지만 만나자마자 헤어지는 파장입니다. 

선생님들끼리 친목의 장이라지만 허겁지겁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솔직이 스승의 날은 학교자체에서 조용한 행사로 치르는 던가

아니면 아이들과 좀 더 의미있는 행사로 진행하는 것이 낫습니다.

충남은 아예 재량휴업일로 하고 교직원친목행사를 연다고 합니다.

이왕하려면 선생님들의 기를 살리는 또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아지요.

 

그러가나 말거나...

오늘 우리학교 교직원 저녁 파티가 있습니다.

이번 학년도들어 처음 있는 행사입니다.

친목회장으로 모두들 참가하시라는 메세지를 보냅니다.

 

"교사는 많지만 스승은 없다'는 세상의 비아냥받지만

오늘 스승의 날?

스로 리감을 맛보는 날입니다.

우리만의 꿋꿋한 자존심으로 이 무너지는 교단을 지켜봅시다!

 

1차 한우전골집! 이곳저곳 장도사, 건배사 이어지고

2차 읍내를 휘저으며 문열어놓은 노래방찾느랴 ㅋㅋ

3차 치맥집! 이번에는 수석이 쏜다 ㅎㅎ

아무래도 스승 파티가 과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