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치뤄지는 수능...올해로 20년째란다. 물론 우리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한 노력의 결과가 실력 그대로 수능 대박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수능날 내 임무는 무엇이지?언제는 고령이라고 수능날 쉰 적도 있었는데 과연 이 학교에서는??
그런데 우리학교는 남녀공학이지만 수험생들은 남학생만 치른다. 그래서 남자들 화장실 통제는 당연 남자 복도감독관이어야하네. 그런데 요새 남자교사가 있어야망정이지..ㅠㅠ 하는 수없이 나보다 더 고령교사도 꼼짝없이 복도감독관으로 지명되었다.
내심 전남장성 백암산 등산하며 백양사 애기단풍 가보고싶었는데...어쪄....
복도감독관은 춥다지?옷을 두툼하게 껴입고 새벽 6시반에 출근했다. 탐지기 스캔너를 손에 잡고 아이들 화장실갈때 혹시라도 부정행위하지않나 살피며 다행히 난 수험실 한 실만 맡아 화장실 앞에서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 한권을 꺼내 들었다. 바로 이 책!
이 책은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법륜 스님의 혜안이 담긴 인생지침서를 소개하는 책이다.
즉문즉설을 통해 세대를 넘나드는 인생의 멘토로서 메마른 세상에 행복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스님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들려준다. 스님은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후회하고 만족하지 못하고 불행한 이유는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에 휘둘려 자기중심을 잡지 못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나이 들면 드는 대로, 늙으면 늙는 대로, 주름살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담담히 자신을 받아들여 자기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이야기한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이 한마디 속에 스님은 우리에게 인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오후 3시반 되어서 책 한권을 다 읽었다. 스마트폰생기면서 그 속에 빠져있다가 정말로 오래간만에 읽어본 책이었다.
4시경 오늘 감독하느랴 운동을 하지못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가을햇살에 풍주사쪽은 마지막 단풍잔치를 하고있었고 명암저수지는 우암산 검은 그림자가 내려섰다. 우암산 걷기길로 접어들었다. 우암산 걷기길을 따라 향교까지 1시간 남짓 산행하면서 가을이 벌써 가고있다.
청주향교는 이미 문이 굳게 닫히고...
카톡에 '헹, 벌써 낙엽이 ㅠㅠ' 이렇게 안타까움을 나타냈는데 이 역시 잘못된 것이었다. 이렇게 고쳐야한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그 책속에 나오는 것처럼...봄이면 새싹이 나와서 좋고 가을이면 낙엽이 떨어지니 좋은 것이다. 나이들어 서글퍼지는 것이 아니라 잘 익은 단풍도 봄에 피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다. 이윽고 수능감독으로 수고하신분들과 풍경소리에서 저녁파티가 펼쳐졌다. 그리고 우리학교 꽃미남들과 어울려 노래방까지 이끌렸다. 와...이런 젊은 피들과 언제 어울려보았는가! 7080, 나훈아, 조항조, 최신트로트...이제껏 이리 많은 노래를 불러보긴 처음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건널목에서 만난 우리 홍친구~볼때마다 반갑다. 한잔 더? 오케이? 솔모루...젊은시절 이웃사촌들과 꽤나 많이 왔었는데...집으로 돌아오며 흥겨운 콧노래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싶다.
수능 복도감독관한다고 짜증내고 일하면 더 낫다드냐? 감독안하고 그까짓 하루 단풍놀이가면 뭐가 더 즐거운가? 감독하면서도 간만에 책 한권 읽으며 용돈까지 벌고...ㅎ 학교 직원들과 어울려 흥겨운 시간 보내고...ㅎㅎ
그래...난 지금 억수로 행복합니다. 일찍 일어날 수 있어서 좋고 학교가 집에서 가까워서 좋고 내 이웃 멋진 분들과 어울려 좋고 우리가족 모두 건강히 제 할 일 다하니 좋고
가끔씩 부러운 엄친아~부러우면 지는 거다. 11월, 12월...또 한해를 보내며 울적한 이 기분...하지만 이것도 내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행복을 못 보고 못 느껴서 그런 것이다.
이미 행복한데 자꾸 행복하겠다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금 '행복하게 살겠다'는 생각조차 내려놓을때 바로 거기에 행복이 있는 것이다.
-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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