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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문학동네

5월의 시(詩)

by 박카쓰 2011. 4. 25.

 

 

야, 오월이다.

싱그러운 5월, 싱그러운 마음으로...

 

오월의 유혹                  - 김용호  

 

곡마단 트럼펫 소리에
탑은 더 높아만 가고 
 유유히
젖빛 구름이 흐르는
산봉우리
 분수인 양 쳐오르는 가슴을
네게 맡기고, 사양에 서면 
 풍겨오는 것
아기자기한 라일락 향기 
 계절이 부푸는 이 교차점에서
청춘은 함초롬히 젖어나고 
 넌 이브인가
푸른 유혹이 깃들여
감미롭게 핀 
 황홀한
오월

 

 

 

 

 

푸른 오월

                       - 노천명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
여인네 행주치마에 -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구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것을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면
생각은 무지개로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멘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홋잎나물 젓갈나무 참나물 고사리를 찾던 -
잃어버린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외치며
종다리 모양 내 맘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피천득의 5월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 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이렇게 연두색의 향연이 펼쳐질 때면 

매일같이 산에 가도 질리지 않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