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엄동설한에 왜 산에 가느냐고요?
글쎄 말입니다.
요즘 영하10도가 넘는 강추위다.
게다가 바람도 세게 불어 밖에 나가기도 싫은데
그 하고 많은 취미중에
뭘 할게 없어 그 추운 산꼭대기에 올라가나
어차피 내려올 걸...
혹시나 넘어지면 다치고
동상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우리 집사람만 이런 말 하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난 새벽 5시경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주방에서 국을 끓이고 반찬도 넣고 베낭을 꾸려 밖을 나섭니다.
혹시라도 마나님이 깨어나면 또 한번 잔소리 들을 까봐...
그래도 눈오는 날에는
밖으로 나가고 싶나봅니다.
산행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면...
지난 토요일(1월29일) 김태*친구와 함께 지리산에 갔다.
지리산 능선까지 3시간정도 빡시게 올라가야했다.
산에 오르다보면 숨도 헉헉...에구 힘들어...
하지만 몸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깊은 호흡이 폐부까지 파고듭니다.
이제 지리산 주능선이 코앞이다.
잠시후 펼쳐질 주능선 파노라마를 생각하면
이까짓 추위와 고생쯤이야...
이윽고 주능선에 도착~겨울눈꽃의 진수 설화~
게다가 운좋은 날이면 상고대, 빙화까지...
겨울산은 꾸밈없이 솔직하다.
맨살을 드러내는 듯한 건장한 청년의 모습이다.
겨울 하얀 눈이 우리의 온갖 허물을 덮어준다.
멀리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1915m)이다.
하얀 구름, 파아란 하늘에 이 순백의 아름다움~
이 설원의 장쾌함~
천왕봉에서 제석봉가는 길...
게다가 겨울산은 고요합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단풍놀이가 아니라
만상이 침묵속에서 빠져있고 적막하기까지 하다.
오직 거센 바람소리만이...
산은 늘 고맙다.
심통부리며 이곳저곳을 떠다니지않고 늘 그 자리에 있다.
돌아보면 늘 그 자리에...
촛대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오늘 많이 걸어왔다.
하지만 산속에서 오래 머무룰 순 없다.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부는지 날아갈 정도다.
에구구...
손도 시렵고 볼때기도 떨어져나가는 것같고...
하지만 이 추위와 맞서야한다.
그것이 나를 이기는 거니까.
특히 겨울철에는 이 놈의 성에가 끼여
앞을 제대로 볼수가 없다. ㅠㅠ
이윽고 하산할 때가 왔다.
저 아래가 바로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다(세석대피소)
이만 오늘을 접고 내일을 준비해야한다.
여름철이면 철쭉동산으로 아름다웠을 세석평전~
그러기에 사계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박카스 인생3락이다.
좋은 아내, 좋은 취미, 좋은 친구~
좋은 친구와 이런 산을 같이 다닌다는 것은 인생이락이다.
청주산악대장 김*년 친구~
7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끓여먹는 라면맛은...
하두 추워 젓가락질이 안되어도 라면은 목으로 넘어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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