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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山樂水/괴산명산

眺望이 압권인 白岳山(04.10.10)~

by 박카쓰 2011. 1. 31.

2004년 10월10일 윗집 아저씨와

 

 

인간의 삶이란 고민의 연속인가보다. 하지만 고민도 가지가지. 이런 고민이라면 행복한 고민이겠지. 이번 일요일, 날짜도 좋은 쌍십절, 중국에서는 큰 명절이라는데 어떻게 보낼까? 경주마라톤 풀코스를 3주 앞주고 45Km LSD 훈련을 할까? 메아리산악회를 따라 단풍이 절정인 오대산 소금강 단풍을 볼 것인가? 아니면 애당초 마음먹었던 대로 가까운 괴산명산과 오후엔 전국체전 경기관람을 할 것인가?

 

일요일 아침도 내게는 평일과 마찬가지다.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 등 간단히 먹거리를 챙기고 8시, 윗집 아저씨의 차로 괴산군과 경북 상주군사이에 있는 백악산으로 향했다. 새벽녘 하늘을 덮었던 구름은 온데간데 없고 미원, 청천의 누런 들판엔 이미 추수가 한창이었다. 여름철 그렇게 북적댔던 화양동 계곡은 파란 가을 하늘과 어울려 명경지수를 이루고 있다.

 

 

 

 

 

입석초등학교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초등학교 담장을 지나 시냇물 소리를 따라 시멘트 길을 걸어 오른다. 한적한 소로 옆으론 그리 풍작은 아니지만 온갖 작물이 추수를 기다리고 있었고 열명은 남짓해 보이는 할머니들이 아직 10시전인데도 언제부터 일을 시작하셨는지 새참을 잡수시고 계셨다. 계곡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고 한참을 지난 후에야 꼬리표를 발견, 잔솔밭이 숲을 이루고 있는 잡목지대를 헤치며 능선으로 오르는데 그만 길을 잃고 만다. 길이 여름철 비에 씻겨 내려간 탓도 있고 등산객이 많지 않은 곳이라 그렇겠지. 하는 수 없이 내 스스로 길을 만들어 능선에 가까스로 닿을 수 있었다.

나무를 잡으며 힘들게 겨우 올라선 능선바위에서 숨 좀 돌리려는데 아뿔싸! 윗집아저씨!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안경 떨어뜨리는 것도 모르셨을까? 이런 낭패가 있나? 얼른 오던 길을 내 올라온 발자국을 따라 내려갔다. 잘못된 길을 내 힘만 믿고 고집스럽게 올라오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 아닌가? 얼마간을 내려가는데 안경이 눈에 확 들어왔다. “승현이 아빠!”를 목 놓아 부르며 참으로 다행이로다. 하마터면 오늘 등산을 완전히 망칠뻔 했도다.

 

한 시간 반쯤 지나서야 제 길이었던 수안재에 도착한다. 그러니 보니 우리가 한참을 돌아서 왔구나. 더 일찍 왼쪽으로 접어들었어야 했는데... 그래도 잃었던 안경을 찾았으니 하나의 해프닝으로 생각하면 되지.

이제부터는 불어오는 계곡 바람에 살랑 살랑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남동쪽으로 작은 고개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큼지막한 바위에서 저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초반 능선에서는 북서쪽의 낙영산과 서쪽의 금단산 등 괴산 명산을 바라볼 수 있었고 참나무 숲 능선을 지나 819m 대왕봉에 도착해서는 앞자락에 속리산 굽이굽이 봉우리와 그 옆으로는 백악정상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어느 산악회 카페에서 복사해옴]


 



 

이어지는 능선 길의 바위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어느 한 곳 막힌 곳이 없이 확 터진 것이 이 지역 어떤 산에서도 볼 수 없는 압권이었다. 남쪽으로 속리산 천황봉으로 내닫는 연봉들이 병풍을 펴놓은 듯하고 동쪽으로 청화산, 조항산, 대야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소리 없이 밀려오는 듯 하다. 간간히 바위 트랙에서 아찔하기도 하고 바위틈 사이로 이어지는 길에서 산행의 묘미도 더해주며 산행을 시작한 지 3시간 만에 백악산 정상에 섰다(12:20).




 

 

 

 

 

 

 

정상은 여러 개의 바위가 독특한 모습을 이루고 있는데, 그중 가장 널찍한 바위에 앉아 중대봉, 희양산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멋진 산하에 골재 채취와 용화온천 등 개발이란 명목으로 군데군데 우리의 자연을 훼손시켜 놓은 것이 안타까웠다. 물론 개발도 하여야겠지만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온 우리자연을 생각해본다면 솔직히 개발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병풍바위...

 

 

 

 

하산은 마지막으로 조망이 좋은 헬기장을 거쳐 옥양동쪽으로 내려왔다. 이렇게 좋은 산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아 한참을 더 내려온 후에야 겨우 산행 한 팀을 만날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부드러운 마사토가 많았고 옥양폭포엔 가을철이라 그리 수량이 많지 않아 장관은 아니었지만 그 높이는 가히 10m 는 넘어보였다. 한 절에서 삼배하며 소원을 빌고 옥양동 버스 종점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15:30). 총 산행 5시간 30분

 

 

 

 

 

 

옥양폭포

 

 

 

 

여기 저기 흰 바위가 널려져 있어 백악산인가? 아니면 백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백악산인가? 아무튼 오늘 흰바위를 족히 백 개는 넘었으리라.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 자연의 미를 간직하고 있고 조망이 가히 일품인 백악산 산행은 산행시간도 5시간 남짓, 괴산에 있는 산치고는 큰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