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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山樂水/충남세종

'개심사'라는데 가보셨나요?

by 박카쓰 2008. 7. 13.


'개심사'라는데 가보셨나요?

 

  군대제대하고 복직한 한 시골고등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지내온 지가 벌써 14년이란다. 엄하다못해 호랑이처럼 무섭기까지 하셨던 교장선생님, 영화 '친구'에 나오는 그런 流의 놈들과 싸우며 6년 동안 어찌나 에피소드가 많았던지 지금도 만나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래도 그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은 교단에서 윗분들 모시며 좀 나부대는 애들과도 그리 힘들이지 않고 지낼 수 있다. 





  그런 분들과 모처럼 시간을 내어 서해안을 다녀오기로 했다. 안면도 가까이 있는 간헐도에 들렀다가 오는 길에 올해도 거의 다 가는 마당에 마음이나 고쳐먹자고 개심사에 들렀다. 지난 3월 쓰러지시기 며칠 전에도 일당 2만원을 벌겠다고 아직 바람도 찬데 남의 집 감자씨를 놓으려 다니셨다니...앞으로 한발 떼면 잔걸음으로 두세 발짝은 뒷걸음치실 만큼 걷기조차 힘드셨는데 그 돈이 뭐라고... 당신이 쓰시기나 하나 손자들한테 용돈 지어 주시려고.  이제 농사를 그만 짓고 아들과 함께 살아보자고 그렇게 애원했건만 쓰러지시던 날 새벽에도 "큰애야, 농사 딱 일년만 더 짓어볼란다."

  개심사로 들어서기 전 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난 우리어머님처럼 안 살기로... 난 퇴임할 때 받는 연금도 일시불로 타서 자식 손아귀에 쥐어주다가 5년도 안 돼 빈털터리 되지 말고 전부 연금으로 돌려 집사람과 죽을 때까지 타먹겠다고. 






  서산에서 해미로 가는 도중에 길거리에 있는 간판을 보고 찾아들었으나 좁은 시멘트 길로 묻고 물어 한참을 가야했다. 저수지를 돌면서 산에는 소를 키우는지 목초지인데 알고 보니 김종필씨의 삼화목장이란다. 저수지가 끝나고 절 입구의 돌 안내판을 보니 개심사는 改心寺가 아니라 開心寺였다. 아이쿠, 이거 잘못 생각했네. 마음을 고쳐먹자고 했더니 마음을 열어 놓으라 하네. 




  울창한 소나무숲사이로 자연친화적으로 잘 다듬어진 돌계단을 올라  경내로 들어서니 작은 절이 아니었다. 커다란 연못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를 건너서 대웅전을 비롯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집의 기둥이 확 휜 나무를 사용하였는데 무척이나 힘차게 보였으며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리고 있었다. 절도 요즈음에는 기업화되어 잘도 가꾸는데 이곳은 옛날 그때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때마침 눈발이 내리며 따지않아 주렁주렁 달린 감과 어울려 경내의 고요함, 신비스러움, 정말로 고즈넉한 풍경이다. 이러니 어이 마음이 열려지지 않을 수 있으랴! 









  절의 오른쪽에 있는 산신각으로 하여 하얗게 흩날리는 눈발속으로 솔잎과 눈을 밟으며 象王山을 오른다. 이곳도 가야산의 잔 줄기로 오른쪽으로는 일락산으로 안내되어있는데 가파르지도 않고 언덕같은 능선을 오르내리는 나지막한 산이다. 눈길을 걸으며 이곳 開心寺에 와서 다짐해본다. "내가 만나는 모든 분들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더 자세를 낮춰 다가가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