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친구가 대둔산으로 모임을 정할 때부터 마음이 설레였다. 대둔산! 얼마 만에 가보는 산인가? 대학시절 가보고서는... 그러니까 25년이 넘은 셈이다. 이른 새벽 식구는 아이들 종일 먹을 밥을 챙기고 난 산행 짐을 꾸려 서둘러 집을 나선다(07:30). 청주 남이에서 경부고속도로로 발을 들여놓고 이어 대전-통영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추부로 빠져나와 대둔산 입구에 이르니(08:50) 겨우 1시간 20분 정도밖에 안 걸렸으니 이렇게 가까운 산을 금강산만큼이나 멀리 있는 산처럼 못 와보았으니 아마도 世上을 너무 바삐 사다보다.
주차장에 이르러 저 위에 구름다리와 바위 절벽이 보이는 지라 그래도 오늘만큼은 날이 벗어지겠지 하는 期待感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입구에 케이블카가 있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어이 그럴 수 있나! 가파른 길을 올라가며 요사이 내린 비로 계곡은 폭포수를 이루며 하이얀 물줄기를 내뿜고 있었고 돌계단 사이로도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윽고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으로 올랐지만 안개에 휩싸여 운치도 겁(?)도 느끼지 못한다. 처음 이곳을 왔을 때 쇠사슬과 밧줄로 된 구름다리가 심하게 요동을 해서 무척이나 겁이 나고 아찔했는데...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개척탑이 있는 정상 마천대(878m)까지 올라갔지만(1시간10분 소요) 뿌연 안개와 구름만 보일 뿐 아무것도 眺望할 수가 없었다. 거참! 올 여름방학 들어 4번째 名山 登山인데 갈 때마다 이러네.
온다는 친구들은 아직 올라올 시간은 안되었고 앉아서 기다리기 답답하여 몸을 좀 더 풀어볼 요량으로 1Km 정도 떨어진 내리막길 낙조대로 뛰어 갔다오는 산악마라톤을 하였다.(40분 소요) 이곳도 역시 뛰기에는 돌멩이와 습기가 많아 매우 미끄럽다. 낙조대로는 올라 갈 수 없도록 철조망이 처져있어 접근조차 못하니 날씨가 좋은 날에도 어이 日出, 日沒을 바라볼 수 있단 말인가! 오던 길로 도로와 정상에 도착하니 구름이 하나둘 걷히며 하늘이 뻥뻥 뚫어진다. 얼마 만에 나타난 햇살인가! 그간 비가 너무나도 많이 내려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가! 이쯤에서 올 여름비는 그만 내렸으면 한다. 그러는 사이 차츰 奇巖怪石이 보이고 저 아래 대둔산 입구는 주차장이며 식당들이 즐비하고 저 멀리 산하가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남쪽으로의 기암괴석은 설악산 공룡능선과 해남의 월출산을 연상시킨다. 아마도 이래서 대둔산을 '호남의 소금강' 이라 일컫는가!
이윽고 친구들이 가족과 함께 올라와 반가히 해후하며 많은 친구들이 함께 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내려 올적엔 아까 구름에 가린 기암절벽을 구경하고자 다시 구름다리로 올라 山勢를 바라보니 병풍처럼 늘어져 있는 기암절벽이 참으로 멋진 全景을 연출하고 있었으며 그중 동심바위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모습이 설악산 흔들바위보다 더 아슬아슬하였다. 내려오며 계곡에서 차가운 물에 손발을 담그며 시원하게 세수도 하고 싶었지만 식구와 일행이 모두 文明의 利己를 이용하는 지라 함께 동참하게 되었다. 이 산세 좋은 곳에 케이블카며 삼선계단이며 개척탑 등 곳곳의 人工造型物들이 산에 쉽게 오를 수 있어 돈벌이는 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天惠의 自然을 훼손한 것 같아 안타깝다. 그리고 山行을 위한 코스는 이곳 전북쪽이 아닌 충남쪽 수락계곡에서 시작하는 것이 완만하고 樹林이 좋다고 하니 다음엔 그곳으로 올라야겠다.
호텔 온천장에서 젖은 옷을 벗어내며 땀을 말끔히 씻은 후 향토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집 분위기가 기생이 따라주는 술을 마시며 詩 한 수를 읊고 싶은 꽤 운치있는 식당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와 둘이서 더덕주 한 독을 금방 마셔버리고 낮부터 얼굴에는 홍기가 돌지만 대학시절 이곳에 왔을 때의 追憶을 더듬으며 그때의 친구들과 어울린 시간은 잠시나마 그 時節로 돌아간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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