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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문학동네

치자꽃 설화-박규리

by 박카쓰 2021. 7. 29.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 문 하나만 열어 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치자나무(꽃)

 

이 시가 교과서에 실렸나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 시를 개구리해부하듯이 분석해 놓았네요. 우리 고등학교때 거의 모든 시를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시낭송]

 https://youtu.be/omUYt6316tI

 

 

예전 우리서실에 고교선배님이 계셨지요. 그 아들이 어느날 출가한다고 하더라구요. 어쩌랴! 다 큰 자식이라 말리지도 못하고 한번 재고해보라고 하였지만 끝내 스님이 되었지요. 


그 아들이 보고싶어 선배내외분이 수소문하여 아들이 있는 절을 찾아갔지만 아들은 차마 못보고 먼 발치에서 쳐다만 돌아왔답니다. 


치자꽃설화...

이건 설화가 아니라 실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