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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내 문인화

전지에 '蘭' & 화제로 이병기의 詩 '난초'

by 박카쓰 2019. 3. 18.


봄이 왔지요.

노오란 셔츠를 입고 나가봤지요. ㅎㅎ




가람 이병기님의 시 난초를 화제로 택해보았습니다.



난초(蘭草)

-이병기

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3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 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4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르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淨)한 모래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해설]


[1]에서는 난초가 개화하는 순간을 나타내고 있다.

[2]에서는 난초의 새로 나온 잎과 바람을 대비시켜 표현하고 있으며

   '아침볕'이란 시각적 이미지와 '난초 향기'라는 후각적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3]에서는 난초와 화자의 마음의 교감이 잘 이루어져 있으며,

[4]에서는 난초의 외양과 내면 세계가 잘 묘사되어 있다.

1) 난초를 소재로 한 4편 7수의 연시조로,

난초가 지닌 청아한 모습과 맑고 고결한 성품을 예찬하고 있다.

난초를 깊은 애정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추구하는 고결한 삶의 방식을 통해 현대인이 지향해야 할 삶의 자세를 제시해 준다.

2) 난초의 청신(淸新)한 외모와 고결한 내적 품성( 외유내강 )을 예찬한 작품으로

난초를 의인화하여 노래한 작품이다.

고결하게 살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지향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