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수석교사되면서 수석교사 1기 임기인 4년은 해야겠다고 하면서
2018년 박근혜대통령퇴임, 러시아 월드컵과 함께 교단을 떠나겠다고 했는데
그 시간이 점점 줄어들더니 엊그제 2년에서 오늘은 1년으로
지금 이시각 당장 8월말로 교단에서 떠나고싶습니다.
이제 잘 아는 형님들이 수석교사를 꺼려하는 이유 알겠더라구요.
교단의 수석으로 남의 모범이 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한 대한민국사회에서 직위가 얼마나 많은 것을 말하는지...
요즈음은 교단최고봉 교장교감도 참으로 힘든 자리입니다.
더구나 결재권도 하나도 없는 수석교사 지위는 그저 고령교사일뿐...
저마다 잠궈놓은 珹門과도 같은 수업의 문을 교장교감도 열기 어려운데
감히 수석교사가 그걸 노크해보겠다고 했으니
나름대로 애는 써보지만 오히려 반감만 사고맙니다.
수석교사로서 올해도 공개수업을 자청하면서
그리고 작년부터 신규교사들의 멘토역할을 해오면서
고령에 수업부담을 줄이면서 내 자료와 노하우를 전수하려는 것이
남에게 부담이 되고 껄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알게되었습니다.
세월은 변하여 공개수업도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선택사항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예년처럼 장학이 이루어지겠지만 분명 내년부터는 장학이라는 말로 없어질 듯합니다.
그런데 왜 교단의 말미에 내가 하고있는 일이 선생님들에게는 가장 싫어하는 일을 하고있는 지...
어쩡쩡한 수석 위상에다 정말로 이건 아니다 싶어 이제라도 그만 두려고 합니다.
사람이 어떤 자리에 있으면서 존재론적 의미가 있고
그 일을 하면서 효과성이 있고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껴야하는데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않다면 이제라도 그 일을 그만 두어야합니다.
미련두고 남의 수업에 이러쿵 저러쿵 볼꼴 사나운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것이 선생님들과 수석교사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밀려드는 업무, 많은 수업, 예전같지않은 아이들의 생활지도
까딸스러운 부모님들, 여기에 자주 바뀌는 교육패러다임...
그러니 정작 중요한 수업혁신은 가장 뒤로 밀려나 있게됩니다.
게다가 우리 교직사회도 참으로 많이 변했습니다.
예전엔 형님동생하며 동생에게 내맡겨지는 일들을 묵묵히 해왔는데
요즘 젊은 교사들은 몫을 나누며 년배를 잘 헤아리지않는 것같습니다.
그리고 이념의 반목과 갈등이 점점 커지는 우리사회처럼
우리교단도 이념의 골이 점점 깊어져 지위와 년배를 뛰어넘습니다.
요즘 많은 선생님들이 조기에 명예퇴직을 합니다.
그중 많은 선생님들이 아이들 지도가 어려워서...
또 연금개혁이 되면 손해볼까봐 ... 명퇴금없어질까봐...
그런데 난??? 이 교직사회가 싫어져서 퇴임하려고합니다.
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은 여전히 재미있고
공무원 연금,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면 적게 받아야지요.
평생 나라의 녹봉을 먹고 이리 살아왔고
우리 공무원만큼 노후대책이 되어있는 사람들이 어디 흔한가요?
남들은 일년이라도 더 직장에 남으려 발버둥치는데
서로 먼저 퇴직하겠다고 하는 직장은 교사밖에 없으니
솔직이 우리가 얼마나 좋은 직장입니까?
아직도 가르치는 일에 미련과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영어시간! 저 즐겁게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
더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이리저리 고민하는 재미도 큽니다.
2015. 4.18 밤새 고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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