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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山樂水/강원도

15년전 동짓날 치악산 종주! 돌아보며('02.12.22)

by 박카쓰 2017. 1. 22.


블로그가 좋다는 것이 바로 이거인듯싶다.

일기처럼 써놓았는데 다시 이렇게 들춰볼 수 있으니까.


이 다음 걷는 것도 힘들때 다시 꺼내본다면 

'아하, 내 삶에 이런 때가 있었지....'하며

다시 미소지으며 되돌아 볼 수 있으리라!




아! 치악산!!

2002.12.22 다녀왔으니 벌써 15년전 일이네요.

그 해 10월21일 어머니를 하늘나라에 보내고

바라던 일은 저만치 물건너 갈 때쯤...ㅠㅠ



추억은 아름답다고 하지만 

일년중 해가 가장 짧다는 동지날...

여러 봉우리를 지나가는 치악산맥 종주는

지금 생각해봐도 감당이 안되는 산행이었네요.




그때는 사진기도 없었나 사진도 한장없고 

그래도 이렇게 산행기를 써놓았으니 다행이지...

인터넷 사진을 보아 그때로 돌아가봅니다. 


 





겨울철 치악산 종주, 만만치 않네요('02.12.22)

 

언젠가는 꼭 한번 가야겠다고 다짐했던 치악산! 岳 자가 들어가니 험한 산이긴 하겠지만 그간 마라톤도 해왔고 이번 산행이 8시간 가까이 걸리는 종주산행이라니 지구력을 기르는데도 좋을 것 같아 청마회 많은 회원들이 청주에서 천안까지 함께 달리는 '국토종단달리기대회'도 포기하고 이곳 山行을 혼자서 떠나게 되었다.


청주에서 출발한 버스가 중부고속도로-증앙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원주 남쪽의 신림 IC를 빠져나와 성남리 매표소에 이른다. 신청은 혼자 했지만 이곳에 와 보니 전에 함께 근무했던 이순* 대학선배님, 충*고 오*수 부장, 고교동창 김*수 친구를 만나 오늘 산행이 더없이 즐거울 듯하다.





9시45분, 평지인 도로를 따라 계곡을 오른다. 계곡에는 얼음과 눈 속으로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야! 참으로 깨끗하다! 오르는 길에 군데군데 빙판과 눈 위를 조심조심 밟으며 가파른 언덕길을 오른다. 한 시간쯤 지날 무렵 땀에 흠뻑 젖어 안경에 성에가 끼고 이마엔 땀이 벌써 뚝뚝 떨어진다. 그래도 근간 마라톤 훈련이 도움이 됐나 남보다 덜 힘들이며 수백의 계단을 넘어 상원사에 이른다.






상원사에서 꿩의 전설에 되새이며 날 도와주는 분들에게 그 고마움을 잊지 말고 살아가자고 다짐해 본다. 마침 오늘이 동짓날이라 쒀 놓은 팥죽을 먹고 가라는 보살아주머니의 호의를 저버리고 산행시간에 쫓겨서 왼쪽 산허리를 돌아 남대봉에 이른다(11:10). 넓은 공터에 참으로 조망이 좋은 곳으로 저 아래 원주시내와 멀리 높은 산들이 즐비하다.







남대봉에서 향로봉까지의 능선코스는 험하고 완전히 얼음길이다. 얼마간 버텨보려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싶어 아이젠을 꺼내 단단히 매고 손으로 옆의 나무를 잡으며 조심조심 내려간다. 얼마쯤 지나 함께 온 산행 팀들이 점심을 먹는 지라 이선배님, 오학년부장님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12:45). 혼자 산행을 오면 다른 것은 몰라도 점심 먹을 때면 다소 적적한데 오늘 貴人들을 만난 셈이다. 더구나 동동주까지 챙겨오셨으니...



석 잔을 마시고 산행을 시작하는 데(13:10) 다소 알딸딸한 기분이다. 굽이굽이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는데 멀리 향로봉도 지나고 비로봉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다. 함께 온 일행과 담소를 나누며 가파른 언덕을 오르며 속도를 늦추니 예정보다 다소 산행시간이 늦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이 악바리가 비로봉까지 안 올라갈 수는 없지 않은가! 가파른 철 계단을 올라 비로봉에 이르니 사진에서 보던 3개의 돌탑이 보이며 山下를 관망해 본다. 오늘 내가 걸어온 멀리 남대봉에서 이곳 비로봉까지의 14Km 능선, 원주시내, 그리고 구름 속 저녁 노을에 첩 첩의 눈썹 같은 '산그리매'





긴 잠에서 기지개를 펴고는 앞다투어 꽃을 피우는 봄을 지나 녹음 짙은 여름, 그리고 이내 온 몸을 울긋불긋 물들이며 치장하더니 이제는 세상 온갖 잡념, 군더더기를 모두 버리고, 내 속살을 내어놓고 벌거벗은 채 빈 몸이 되어버린 겨울 산! 어찌 보면 그대는 우리 人生이란 無所有라는 것을 아는가 보다.




想念에 젖을 새도 없이 몸도 싸늘해지며 날이 저무는 지라 하산을 서두른다(16:10). 내려오는 코스는 이름도 모르고 내려오는데 이것 장난이 아니다. 빙판에 그나마 철 난간과 밧줄에 몸을 의지해 겨우 겨우 내려오며 "치악산에 왔다 치를 떨고 간다"는 말이 나 돌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시간을 쉬지 않고 내려와도 그 가파른 급경사 길은 이어진다. 그래도 함께 온 李先輩님이 치악산을 와 본 경험이 있어서 천만 다행이다. 다 내려와 표지판을 보고 알았네. 이곳이 사다리병창이란 것을. 가을철엔 滿山紅葉의 단풍이 참으로 장관이니라.





계곡과 사다리병창코스가 만나는 곳에서 함께 점심을 먹은 오 선생님을 만나니 무릎이 아파 절뚝거리시며 혼자 그 계곡을 울면서 내려 오셨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죄송했다. 지름길을 택해 벌써 내려가신 줄 알았으니... 이윽고 날은 꽤 저물어 어디가 어느 멘지 알 길이 없다. 랜턴을 밝히며 그저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내려오는데 그 소나무가 어찌나 울창하고 굵은지 알고 보니 조선시대 궁중용 목재로 쓰이던 황장목이라네. 오늘 산행의 종착역, 구룡사 매표소에 도착한 때는 오늘이 동짓날임을 감안하면 캄캄한 밤이었다(18:30). 오늘 남쪽의 성남리에서 시작하여 북쪽의 신흥동까지 총 산행시간 8시간 45분(09:45∼18:30)! 겨울산행 치고는 너무나 먼 걸음이었다.




마지막 일행이 내려온 것은 그보다 훨씬 늦은 시간이었다. 다행히도 오늘 날씨가 봄처럼 푹해서 그렇지 아니면 큰일 날 뻔한 산행이었다.

겨울산행! 하산을 서둘러야겠다.









동짓날 8시45분 산행을 했으니...

그래도 박카스는 마라톤 한참할때 였다만

친구를 따라온 모충동 아주머니 일행은

겨울산행 준비도 없이 저녁 7시 넘어 내려왔으니 

영원히 잊지못할 악몽의 산행이었을 듯하다. ㅠㅠ


산 무서운 줄 알아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