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산행하며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바로 이 며느리밥풀꽃이다. 그런데 꽃이름에 왜 '며느리'가 들어갈까?
알고보면 꽃이름에 며느리가 들어가는 풀이 3가지나 있다.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이른바 며느리꽃 3종세트다.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붉은 꽃잎에 밥풀 두 알을 물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안타까운 전설이 있다.
옛날 며느리가 밥을 하다 솥뚜껑을 열고 밥이 잘 되었나 밥풀을 떼어보다 시어머니에게 들켜 매맞아 죽었단다. 후에 며느리 묘에 이 꽃이 피어 며느리밥풀꽃이라 부르게되었단다.
전설이라도 섬뜻하다. 쌀이 그리 아까웠을까? 아니면 며느리가 그리 미웠을까?
여름이면 칡처럼 온통 산과 들을 뒤덮는 며느리밑씻개라는 덩쿨 풀이 있다. 줄기와 이파리에 온통 가시가 붙어있어 살에 닿으면 참 따갑고 살에 긁혀 피까지 맺힌다.
예전에는 큰일을 본 후에 이렇다할 휴지가 없었다. 헌 신문지는 양반이었고 지푸라기를 둘둘 말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따가운 이파리로 며느리 밑을 닦는데 쓰라고했을까?
마지막으로 며느리배꼽이다. 이 역시 덩쿨로 뻗어가며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생기는 고약한 녀석이다.
며느리배꼽은 참가시덩쿨 여뀌과로 며느리밑씻개와 약간 혼동하는 자연초다. 며느리배꼽은 불편한 어감으로 인해서 식물학계에서 "사광이풀"로 부르고 있단다.
며느리배꼽의 열매는 작은 구슬처럼 생겼는데 며느리가 미웠는지 며느리 배꼽조차 못생겼다고 생각한 걸까?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이 며느리꽃 3종세트는 예전 며느리들의 애환이 서려있어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내 사랑하는 딸도 시집보내면 누구의 며느리가 되고 내 금쪽같은 아들과 사는 사람인데 왜 그리 구박하고 미워했는지 시부모 어른이 되어가지고 참 치사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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