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學而時習/문학동네

우리동네 심야책방 '늦가을 저녁은 詩로 물든다'

by 박카쓰 2020. 11. 26.

2020.10월28일(수)  

늦가을 저녁 로 물들려

이웃동네 책방을 찾아간다. 

 

와~하늘엔 보름으로 가는 달이 떠있고 단풍은 가로등 불빛에 더 빛나는구나!

 

 

우리동네 책방 '꿈꾸는 책방'에서

가끔씩 이런 메세지를 보내주신다. 

 

 

 

늦가을 저녁은 로 물들다...ㅋㅋㅋ

늦가을 저녁은 詩로 물들다...

 

 

 

 

책방통통 진행하시는 김은숙 시인님...

이 일찍부터 나오셔 강의를 준비하신다. 

 

 

 

김은숙입니다. 시를 쓰며 책과 문학을 매개로 소통하는 일을 즐겨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박카스는?

하고싶은 것이 너무 많고 하고있는 것을 너무 벌려놓아

어떻게 한줄로 말할 수 없구나.

 

 

 

김춘수님의 꽃을 함께 낭송하며 강의가 시작됩니다.  

 

이때 함께 읽고나서 이렇게 그려보았지요.

 

 

오늘의 주제는 '이름'이다.

행복한 이름, 눈물 고이는 이름, 그리운 이름, 따뜻한 이름, 두려운 이름...

이름의 무게와 색깔을 알아본다. 

 

 

안개꽃/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는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어쩌면 박카스 삶은 늘 주연이 아닌 조연일까? 

반장,회장,교장 등 어떤 조직에 '長'자리보다는 

앞에 부가 붙은 부반장,부장,총무 자리가 편하니말이다.

 

붙박이로 만년총무하다보니 때로는 짜증날때도 있지만 

그게 박카스의 능력한계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그래...'박총무'로 기억되는 거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순천만 갈대숲/복효근

 

순천만에 와서 

소나무나 참나무숲처럼 갈대들이,

그 연약한 갈대들ㅇ 당당히 숲이라 불리는 까닭을 알겠다.

그 줄기가 튼튼해서가 아니었다.

나이테가 굻어서가 아니었다.

바람이 몰려올 적마다 

각기 안테나를 길게 뽑아들고 

바로 곁에 서 있는 그대를 천리처럼 안타까이 부르는 아득한 몸짓

칼바람에 앞엣 놈이 넘어지면 

뒤엣 놈이 받아서 함께 쓰러지며 

같은 동작으로 다시 일어서는 탄력의 떼춤을 보았다

그러나 갈대가 한사코 꺾어지지 않기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갈대는 갈 때를 안다.

엄동의 긴 밤을 청둥오리떼 날아들자 

스스로 제 몸 꺾어 

털스웨터처럼 갈꽃자리 깔아주는 것 보았다

그 멀고 긴 쓰러짐의 힘이 

이듬해 다시 숲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리라

혼자서 겨울 먼 길을 갈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 나는 누구의 갈대였던가, 갈대일 것인가

순천만에 와서 비로소 

나를 받쳐준, 혹은 함께 쓰러지던 무수한 허리들이 그리워 

휴대전화 안테나를 길게 뽑니다.

 

 

눈물냄새/김은숙 

 

11월 하늘에서는 

눈물 냄새가 난다

 

봄이면 약속처럼 얼굴 내민 이파리들이 

서린 내린 지상 향해 고요히 묵상하는 시간 

우주의 생명들이 무거운 짐과 마음의 중심을 내려놓고 

더 낮게 깊숙이 숙연해지는 시간

땅속 깊은 곳에서도 눈물 냄새가 난다

 

하루하루 수북이 쌓이는 

낙엽 닮은 시간의 순리를 생각할때 

국화꽃 이파리들도 하나 둘 시들해지는 

어쩔 수 없는 저 이유를 생각할때 

서둘러 이생을 건너가신 아버지가 

문득 내게 건너오신다

 

11월 목질만큼 단단한 철갑을 두르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아버지는 

이 계절 나무를 닮았다

나무의 옹이를 닮았다

계절을 건너는 바람을 닮았다

 

아버지 기억에서는 

바람 냄새가 난다

11월 바람에서는 

눈물 냄새가 난다

 

 

 

 

오늘 이 시간 어땠느냐구요?

시를 쓰지못하면 시라도 읽어야지요.

시인이 될 수는 없어도 시처럼 살아가야지요.

박카스의 모토입니다. 

 

오늘밤은 10월이 詩月이 되었지요.

시로 물들은 밤...ㅎㅎ

 

 

11월4일(수) 김은숙 시집에서 발췌한...

 

-  아랫것  - 
                김은숙 시인 
 
 
새끼발가락을 다치고야 안다
아랫것의 힘

가장 밑바닥에서
온몸을 떠받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저 밑 아랫것들

있는 듯 없는 듯 귀퉁이에 숨어
고스란히 온전한 존재로
한번 대우 받아 본 적 없는 새끼발가락이
견디기 어려운 아픔,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입고는
어느새 생활의 중심에 들어서서
발끝에서 저 높은 머리끝을 흔든다
몸의 균형, 생각의 균형을 어렵게
삶의 근간을 뒤흔든다

새끼발가락을 다치고서야 깨닫는다
오랜 세월 함부로 불려진 아랫것의 힘
어찌 발가락뿐이야
아랫것이 저 아랫것들이라고
참 함부로 무시되던 이들이
가장 밑바닥 저변이 되어
세상을 받치고 지탱하는 숨은 힘

눈에 띄지 않게 낮은 모습으로 살아가며
가지런히 쌓은 저 단단한
아랫것의 힘

 

 

 

아름다운 소멸
              -김은숙


화양계곡 가을 골짜기 거슬러 오른다
촘촘한 엽록의 시간 지나
진초록빛 푸른 물 바닥까지 쏟아낸 후
곱게 물든 잎새들 아름다움이 참 깊다

저 눈부신 아름다움 속에
소멸의 길이 있다니!
한 생애 뜨겁게 태우고 가는
장엄한 조락(凋落)의 길
부드러이 고요 머금고
소멸로 가는 길 경건하다

허공 중 인연도 매 순간 순결하여서
떨리는 햇살의 욕망 순하게 품고
열 아흐레 달빛도 실핏줄에 녹았으니
가파른 바람 온전히 맞으며
깊숙한 화농의 상처 그대로 패였으니
아침 이슬 젖은 생애 절로 글썽였으니
흔들리는 이파리 뒤 그늘까지도 웅숭깊이 넉넉해져
소멸도 빛나는 뜨거운 생애
오래 눈길 주기도
차마 미안하였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김은숙

 

말똥구리에게는 말똥구리의 시간이

거북이에게는 거북이의 시간이

저마다의 걸음으로 통과하는 

일상적 시간의 풍화 

 

먼지 이는 언덕에 

간신히 지탱하고 서있는 지금 나의 시간 

정처 없이 일렁이며 

습관처럼 걸음을 떼는 것이라면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어둠이 강을 건너고 

어렴풋이 빛의 숨결이 밀려오면 

그대의 침묵과 나의 갈망이 희뿌옇게 부유하는 저 멀리 

웅크려있는 사간의 무늬들이 

하늘 아래 구름으로 떠있지만 

어쩌면 물기 하나 머금지 못한 구름도 아닌 구름 

아무 것도 누구의 것도 아닌 지나간 비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자연의 숨결에 기대면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면 

밀밭 사이 길에는 너울대는 황금빛 시간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11월18일(수) 3번째 시간 ...

이 시읽기 공부하려고 산악회 수요산행도 취소하고

낮에 문의 양성산에 다녀오고 저녁에 함께 했다.   

이종수 시인님이 이끌어주셨다. 

 

 

 

2019년 시인님과 여러차례 시집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의 주제는 시집읽기의 자유로움

과제도 있었다.

추천하고싶은 시집5권과 그 이유는?

 

어렵네요.

시도 몇편 읽지보지못한 놈이

어떻게 시집을 추천한다?

 

책방에서 시집은 어떻게 진열되어있나요?

앞이나 메인은 베스트셀러로 채추고 

시집코너는 뒷구석에 있지않나요?

 

 

이종수시인님께서 5권의 시집을 추천하면서 말씀하신다.

 

1. 시를 바로 이해하려고 하지마라.

   두고두고 몇번이고 읽다보면 조금씩  알게된다.  

  실제로 대중적인 스타를 만나게 되면 환상이 깨어진다. 

  어느정도 거리를 두면서 즐겨라.

 

2.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아주 작은것을 가져오고 찾아보세요.

   바다에서 물방울 하나를 떠오듯 

 

3. 제목이 없는 시도 있다.

   시인이 쓰는 언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4. 시인은 직업이다.

  이것 저것 하지말고 역점이 되는 하나를 찾아 적극적으로 임하라!

  위축된 생각으로 접하면 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시의 소비자 역할을 넘어 생산자가 되라.

  

 그런데 엄두가 나지않네요. 

 

 

11월25일(수) 4번째 마지막시간 ...

 

 

우리동네 심야책방...

오늘이 마지막 시간이다. 

오늘은 시집 펴기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네.

 

 

코로나19가 다시 극성을 부려

올해 책방 행사는 모조리 취소되었단다.

아쉽다. 

책방에 들어서는 것은 또다른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자주 찾아 책을 가까이 해야제...

 

 

 

 

그리고 집에서는 매일같이 

시 한편, 수필 한편은 책으로 읽고 

유튜브로 책읽는 오디오북 1편은 꼭 들어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