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봐도 그건 말이 되지않은 일이다.
집사람과 소렌토 시승식한다고 경북나들이를 떠났지만
내마음 한 구석엔 늘 산에 오르고 싶은 욕망이 자리잡고있었다.
청주를 떠나 문경-예천을 거쳐 안동에 도착하였고
안동에서 하회마을, 그리고 봉정사에 들렸다가
청량산에 도착할 즈음엔 거의 앞이 보이지않을 만큼 어두컴컴했다.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모텔을 잡아 잠을 청했는데...
그 다음날 새벽 난 몰래 방을 빠져나왔다.
집사람한테 이야기도 않고 더구나 문도 걸지않은 채...
[퍼온사진]
깜깜해서 사진조차 찍을 수 없었다.
새벽 6시반경 어두컴컴한 미끄러운 길을 나혼자 오르고 있었다.
무섭기도 하고 개들이 짖어대고 있었지만 난 오직 산에 오르고 싶다는 의욕뿐...
멀리 산 능선 그림자만이 비스무리 보이기 시작하고
점점 올라가며 산봉우리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었다.
7:40분쯤 산꼴짜기 길을 따라 오르는 길에는
폐허가 된 집이 여러채 있고 예전에 쌓은 성도 보이고
겁도 나고 머리발도 섰지만 그래도 얼마 오르면 축융봉에 도착하겠지.
그곳에서 청량사, 청량산을 바라보는 것이 그렇게 멋지다는데...
정상에는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바람도 세차고 홀연히 무서운 생각이 또 들었다.
8:30분 민박집에 돌아오니 집사람은 깨어 있었다.
"당신 어디갔다왔어?"
지금 생각해봐도 그건 말이 되지않는거다.
여자를 모텔에 혼자 재우고 문도 걸지않고 나오다니...
그만큼 난 산에 빠져들다 못해 산에 미쳐있었다. ㅠㅠ
그날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아침을 먹고 다시 청량사로 향했다.
집사람은 워낙 내가 산을 좋아하는 지라 그랬다.
"난 살살 길따라 올라갔다 올테니 당신은 산에 오르고 싶으면 다녀와."
난 기다렸다듯이 신이 나서 그 가파른 산길을
거의 뛰어다니며 여러 봉우리를 오르내렸다.
그리고 점심때쯤 우리부부는 다시 만났다.
오늘 두번이나 딴 길을 간 셈이다.
집사람은 그 일이 있은 후 얼마간 지나서 그때 서운했던 이야기를 했다.
한번도 아니도 두번씩이나 사람을 바람맞춘다고....
"놀러가서 새벽에 몰래 여자 떼어놓고 나가는 이는 당신밖에 없을 거고
그랬으면 낮에라도 같이 다닐 것이지 올라가란다고 또 혼자가느냐고..."
그래...한참을 잘못했네.
지금은 청량산에 긴 출렁다리도 생겼다더군요.
청량산 사진을 찾아보니 이렇게 멋지게 조망되는 곳도 있고...
다음에 갈때는 집사람과 꼭 손잡고 다녀보렵니다.
그리고 6년후 2012.11월3일 이곳을 다시 찾았지요.
하지만 이때는 꼭 붙어다녔지요.
2018.10/27(토) 하나산악회...
함께 못한 아쉬움을 빅맨 사진으로 돌려봅니다.
축령산성...
축륭봉에서 바라본 청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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